"한때 검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대학 선후배가 물고 물리는 혈투를 벌이다니…. 근거도 증거도 없는 폭로로 이런 파문을 만드는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제보를 근거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를 이른바 '삼성 떡값 인사'로 지목하자 세 사람과 함께 근무했거나 고려대 동문 법조인들은 6일 한결같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만큼 세 사람의 인연이 각별했고, 비교적 관계도 원만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선후배들이 밀어주고 끌어주며 사이가 돈독하기로 소문난 고려대 법대 출신이다. 이 수석이 66학번, 김 후보자가 68학번, 김 변호사가 76학번이다. 세 사람은 또 검찰에 재직할 당시 초대형 사건 수사를 맡아 동고동락한 특별한 인연도 있다.
'특수통'인 이 수석과 김 내정자는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를 위해 꾸려진 특별수사본부의 본부장과 실무 책임자로 일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특수3부장으로 근무했던 두 사람은 특수2부 검사였던 김 변호사를 파견 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팀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기소 하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세 사람과 함께 근무했던 한 검사는 "당시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인력을 지원 받았는데, 김 내정자가 김 변호사를 직접 수석검사로 발탁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장기간 진행되는 대형 수사의 성격상 특수수사 경험이 있고, 믿을 수 있는데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검사로 대학 후배인 김 변호사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특별한 의견 충돌 없이 호흡을 잘 맞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수사팀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얼굴을 붉히거나 사이가 좋지 않아 다투는 일은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김 내정자가 김 변호사를 격려하면서 다른 평검사보다 각별히 챙겼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또 다른 인사는 두 사람의 청렴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까지만 해도 기업체 등에서 촌지나 휴가비를 받는 검사들이 일부 있었는데, 김 내정자나 김 변호사 모두 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비공식적으로 전달돼 오는 '봉투'를 모두 거절하고, 수사팀 식사비 회식비 등도 '외부 스폰서' 없이 본인 돈으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 변호사와 함께 전ㆍ노 비자금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인연으로 7일 김 내정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홍만표 법무부 홍보관리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세 사람의 관계를 (좋다, 나쁘다) 어떻게 말할 수 있겠냐"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세 사람의 모교인 고려대 출신의 한 중견 검사는 '동문들의 대격돌'에 대해 "선후배끼리 왜 공개적으로 치고 받으며 난리를 피우는지 모르겠다. 콩가루 집안도 아니고…"라며 말을 흐렸다. 또 다른 검사는 "대통령까지 배출해 자부심을 가졌는데 이번 일로 체면 구기게 생겼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각별했던 두 사람의 인연이 악연으로 돌변해 씁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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