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제 금융시장은 환율과 전쟁 중이다. 그 전쟁의 한가운데에는 달러 약세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서 무려 40% 가까이 절하됐다. 올해에만 유로화에 대해 3.68%, 엔화에 대해 7.71% 깎였다. 이 같은 달러약세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촉발하고 ▦신흥시장이나 기타 선진국의 수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미국의 경기불안을 글로벌 경제로 확산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고조되는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미국의 금리인하 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상반기중 100bp(1%포인트)의 금리가 추가적으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달러를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자산가치 하락 위험을 회피하고자 대안 투자를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 원유, 원자재, 곡물 투자 등이다. 물론 유로화나 엔화도 포함된다.
이러한 투자는 과거 ‘엔 캐리’와 비슷해 ‘달러 캐리’ 자금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미국 역시 추세적인 달러 약세와 경기침체로 인한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정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스미스 부인’(미국 개인투자자)의 고금리 해외 통화에 대한 투자수요는 향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투자신탁협회인 ICI에 따르면 미국의 뮤추얼펀드는 약 12조 달러 규모로 전 세계 뮤추얼펀드의 약 절반 가까이 되는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주식형 펀드는 전체의 57%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식형 펀드 내에서도 해외 주식형 펀드의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국내 펀드에서 해외 주식형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미국 자금의 해외 투자가 늘어날 충분한 여지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금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달러약세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시야를 넓혀 장기적으로 본다면 달러 약세는 글로벌 유동성의 또 하나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그럴 경우 그 타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 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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