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왜 밀가루 국수 먹나. 우리도 비싼 밀가루를 쌀로 대용할 수 없는지 연구해야 한다."(이명박 대통령, 1월 21일 농어업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밀가루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쌀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식(主食)으로만 여겨져 온 쌀을 가공식품 등 다양한 식품 분야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쌀의 재발견'이다.
밀보다 더 싸진 쌀
아직 국제 밀 가격이 쌀보다는 싼 수준이지만 국내 식품 제조업체들이 사들이는 가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의무수입 물량으로 수입한 쌀 27만톤의 가격은 톤 당 620달러. 하지만 C업체가 최근 수입한 밀 가격은 톤 당 650달러 이상으로 쌀 가격을 훌쩍 뛰어 넘었다.
연초까지만 해도 톤 당 400달러에 불과했던 밀 가격이 한 두달 사이 50% 이상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수입쌀 27만톤은 1년동안 톤 당 620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데 비해 밀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어 가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1960~70년대 쌀이 부족해 보리를 섞어 먹자는 '혼식 장려 운동'과 쌀막걸리 제조를 금지했던 때와는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더구나 밀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지만 쌀은 자급율이 99.4%(2006년 기준)에 달하는데다 매년 20만톤 이상을 의무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쌀식품 개발이 힘을 받고 있다.
웰빙바람 타고 쌀 재조명
90년대 이후 쌀 자급율이 높아지면서 쌀막걸리, 쌀과자, 즉석밥 등의 쌀식품이 나왔지만 대부분 남아도는 정부미를 활용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웰빙 바람을 타고 라면 과자 국수 생면 스프 아이스크림 햄버거에까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쌀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 농도를 감소시키는 효능이 있는데다 밀보다 열량이 적은 다이어트 식품이다.
하지만 쌀식품의 저변 확대를 위해선 가공의 어려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쌀은 밀에 비해 찰기가 덜해 빵을 만들면 질감이 거칠고 쉽게 끊어지는 단점이 있다.
기린 전은희 팀장은 "쌀로 만두소를 만들어 봤지만 밀가루보다 거칠고, 입천장에 달라 붙어 포기했다"며 "과자를 만들 때도 떡을 만든 후에 하루동안 말려야 하는 등 공정이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또 쌀은 부푸는 성질이 약해 똑같은 양이라면 밀의 10분의 1 정도밖에 제품을 못 만든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문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쌀이 밀에 비해 영양이나 맛이 뒤지지 않는데도 소비자들이 주식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짙다"며 "좋은 쌀제품이 나와도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 제품 개발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인턴기자 홍기헌(광운대 행정학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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