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기상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 정도면 기상청이 아니라 ‘구라청’아닌가요?”라는 글이 올랐다. 시민들의 지적대로 기상청 직원들은 이번 겨울이 원망스러울 것 같다. 기상청의 오보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올 겨울 기상청은 ‘눈과의 전쟁’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서울에는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3시간 가량 때 아닌 함박눈이 쏟아졌다. 눈발이 워낙 거세 차량들이 전조등을 켜고 거북이 운행을 해야 할 정도였다. 눈이 내리기 30분 전만 해도 서울에 눈이 내릴 소식은 없다는 게 기상청의 전망이었다. 전날 10㎝ 미만의 적설량을 예상했던 대관령에도 밤새 30㎝ 가까운 눈이 쌓였다.
올 겨울 크게 빗나간 눈 예보만 벌써 4번째. 폭설을 예측한 지난해 12월 30일과 1월 27일에는 눈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고, 반면 1월11일에는 아무런 예고 없이 출근 무렵 기습적으로 쏟아진 눈 때문에 수도권 지역이 교통 대란을 겪었다.
기상청은 이날 ‘깜짝 눈’이 내린 이유에 대해 “경기 동부에 형성됐던 눈구름대가 남서진하면서 서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대기 조건이 시시각각 변해 눈이 내리는 지역 범위가 다소 확장됐을 뿐 틀린 예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윤원태 기후예측과장은 “눈은 비와 달리 대기 중 습기가 조금만 있어도 덩어리로 뭉쳐질 수 있어 예측이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요즘처럼 대기 상태가 불안정한 환절기에는 날씨 변동폭이 커 눈이 내릴 지역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설명대로라면 눈과의 악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가 도입된다 해도 자료를 해독해 예측하는 일은 결국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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