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상하이(上海)-닝보(寧波)를 잇는 후닝 고속도로를 타고 자동차로 40분 달리자, 항저우만의 연해도시인 쟈싱(嘉興)이 한 눈에 들어왔다.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가 될 중국 항저우만대교(杭州灣大橋)의 거대한 위용이 멀리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 올 6월 개통을 앞두고 삼엄한 통제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
현지 관리원은 "중앙정부는 물론 상하이시 당국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완전개통 때까지 외부에 공개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저우만대교는 항저우만을 사이에 두고 있는 상하이와 저장(浙江)성 닝보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로 총길이가 36㎞에 이른다.
다리가 열리면 상하이 푸동에서 닝보까지 걸리는 시간이 6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어든다. '모든 길은 상하이로 통하게 한다'는 창장(長江)경제권 일체화의 작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중국 정부와 상하이시는 2006년 창장 일대 경제권을 통합해 세계 6대 메갈로폴리스로 건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장쑤(江蘇)성, 저장성과 15개 상업ㆍ공업 도시를 한데 묶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초거대도시권으로 육성한다는 것.
상하이를 포함한 16개 공업도시를 2시간 경제권으로 묶고, 연관산업을 특정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 등 지방정부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창장경제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 현장을 보면 그 속도와 규모에 놀라게 된다. 상하이 시정부는 이미 푸동-창싱다오(長興島)-충밍다오(崇明島) 사이를 연결하는 25.5㎞의 공사를 진행중이다.
현재 뱃길로 이어진 푸동과 창싱다오 구간 8.9㎞를 해저터널로 연결하고, 충밍다오와 연결된 창장(長江) 대교를 건설해 장쑤성까지 25분만에 도달하도록 할 계획이다.
장쑤성 7개 공업도시는 이 길을 통해 1시간 경제권으로 좁혀진다. 또 창장 경제지역의 핵심지역인 항저우-쑤저우-상하이는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로 연결, 이동시간을 단 30분으로 단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또 각 도시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추가 건설해 현재 4,000㎞인 고속도로 길이를 2020년에는 1만㎞로 확대키로 했다.
인프라 건설 뿐 아니라 각 도시간 협력과 통합을 위한 다양한 협의체가 구성돼 중심과 주변부가 한 몸이 되기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상하이시와 장쑤성, 저장성 최고 지도자들 사이의 '3자 대표회동'과 '3개 지역 경제협력 및 발전 좌담회', 그리고 '창장경제권 16개 도시 대표 정기회의' 등 협력 채널들이 대표적이다.
KOTRA 상해대표부 김은희 과장은 "협의체가 부정기적이고 구속력이 없지만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는 시진핑(習近平) 상하이 당 서기가 주도하고 있어 경제권 통합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간 공간 재배치 및 구조개편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일핵육대(一核六帶ㆍ1개 중심과 6개 지역) 계획'으로 상하이를 중심으로 6개 산업지대로 나눠 각기 특색있는 생산구조를 갖추고 균형된 발전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상하이는 서비스산업과 금융, 물류 중심도시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푸단대 루시옹원 교수는 "창장경제권 일체화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측면과 함께 그 동안 난개발의 부작용을 가져온 지역경제를 구조조정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며 "일체화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거점 도시인 상하이는 아시아 태평양을 대표하는 경제도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푸단大 루시옹원 교수
"2018년에 상하이는 홍콩과 쌍벽을 이루는 아시아 금융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다."
상하이 푸단대 경영관리학원(EMBA)학장인 루시옹원(46ㆍ陸雄文) 교수는 "상하이를 거점으로 하는 창장 경제권은 현재 중국대륙에서 가장 크고, 국제화된 지역"이라며 "창장 경제권의 전체 생산에서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50%에서 10년내 75%까지 올라가면 상하이는 세계적 금융도시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 해 '창장경제권 일체화 전략'이라는 책을 발표, 큰 반향을 낳았던 루 교수는 "상하이가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은 경제학과 경영학을 배우려는 중국 각지의 인재들이 대거 몰리면서 견실한 성장기반이 마련된 덕분"이라며 "앞으로 자본시장이 발달한 홍콩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과 상하이의 금융허브 주도권 다툼 가능성과 관련,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이며 각자의 역할이 있다. 홍콩은 중국의 국제자본시장 통로로 활용되고, 상하이는 중국 내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상하이가 국제적인 금융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루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불필요하게 간섭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동안 정부의 고도화된 성장전략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룬 만큼 이제는 정부가 시장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장 경제권이 지나치게 수출 주도형 산업에 치중돼 있는 점도 문제"라며 "앞으로 내수시장을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 외식, 의류,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루 교수는 한국에 대해 "지난 10년간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창조정신으로 자동차는 중국시장에서 일본을 추월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금융허브 건설에 대해서는 "자본과 자원이 제한돼 있고 자본시장의 크기가 너무 작다"며 "모든 기능을 갖춘 금융허브로 발전하기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 421m… 492m… 580m 중국의 월스트리트 향해 우후죽순 뻗는 스카이라인
중국 경제발전의 대명사인 상하이, 그 중에서도 푸동 지역은 이미 스카이라인이 뉴욕 맨해튼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우주선을 머리에 인 것 같은 최첨단 건물들이 매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거대한 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
푸동의 상징인 동팡밍주(東方明珠)를 지나면 한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상하이증권거래소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초고층 빌딩이 빼곡이 들어서며'상하이판 맨해튼'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금융회사들과 중국을 대표하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둥지를 틀면서 '중국의 월스트리트'로 발전하고 있는 지역이다.
또 하나의 랜드마크는 진마오따샤(金茂大廈ㆍ진마오빌딩). 88층으로 높이가 421m에 달해 용트림하는 중국 금융시장의 발전상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길 건너 바로 옆에는 한창 골조 공사가 진행중인 상하이환치우진용중신(上海環球金融中心, 국제금융센터)이 대륙에서 가장 높은 빌딩(높이492m)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2010년에 580m짜리 '상하이센터'가 인근에 완공되면 이들 세 빌딩이 품(品)자를 이루며 새로운 차원의 랜드마크를 형성하게 된다.
상하이센터는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이후 새로 지어지는 뉴욕 세계무역센터(542m)와 대만의 국제금융센터(508m) 보다 높다. 때문에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금융 중심의 상징이 될 것으로 상하이 시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 상하이에는 16층 이상 건물이 4,000여 개, 20층이상 고층 건물이 3,000여 개로 고층 건물 숫자만을 놓고 보면 세계 최고의 빌딩도시로서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밀려드는 글로벌 금융자본을 수용할 만한 공간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다 자산을 급속도로 불려가는 중국 금융사들의 고속 성장도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을 부추기고 있다.
상하이=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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