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기술유출 의혹 사건은 검찰 입장에서 여러 모로 골치 아픈 사건이다. 같은 그룹 내 계열사 간의 문제인데다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첩보를 입수한지 1년이 지나도록 이 사건을 처리하지 못한 채 '내사' 상태로 움켜쥐고만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의 이 같은 고민은 여실히 드러난다.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상하이차, 쌍용차 두 회사의 관계다. 상하이차는 외환위기 이후 주인을 잃어버린 쌍용차를 2005년 1월 정식으로 인수했다. 때문에 쌍용차는 현재 엄연한 상하이차 그룹의 계열사다.
특정 기업의 기술을 유출해 외국의 경쟁 기업에 넘기는 기존의 기술유출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섣불리 수사를 진행시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설사 기술 유출의 물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법 적용이 쉽지 않다.
기술 유출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법은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법이다. 이 법은 산업기술, 국가핵심기술 등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2006년 제정돼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난달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 법을 위반할 경우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게 됐다. 검찰도 현재 이 사안에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국내 기업을 인수한 외국 기업의 경우 기술유출과 관련한 정부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지난해 이 경우에도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상하이차에 이 법을 적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검찰은 부정경쟁방지법이나 배임죄 등에 대한 법리 검토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기업에 유용한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쌍용차의 기술을 유출해 결과적으로 쌍용차의 이익을 침해했다면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 특히 배임죄는 같은 그룹 계열사간의 행위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법 적용만이 아니다. 한국투자기업에 대한 사법처리는 한국 정부나 한국 시장에 대한 곱지 않은 해외 여론이 조성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이미 론스타 사건 처리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검찰로서는 재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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