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위가 예상됐던 4ㆍ9 총선 구도에 서서히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통합민주당엔 파란불, 한나라당엔 빨간불 신호가 켜지는 듯한 양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과반(150석 이상)은 몰라도 안정 과반(전체 상임위에서 모두 과반을 확보하는 수준, 170~180석 정도)을 확보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아졌다.
총선 구도 변화 조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선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선출돼야 한다’는 ‘안정론’이 감소 추세인 반면 ‘여권 독주를 막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선출돼야 한다’는 ‘견제론’은 증가추세다.
안정론 대 견제론이 45.3%대 42.5%(현대리서치연구소, 4일 발표), 46.5%대 48.8%(디오피니언, 2월29일 발표) 등으로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불과 한달 여 전만 해도 안정론과 견제론이 6대4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견제론의 증가 추세는 엄청난 셈이다.
여기에다 50%를 훌쩍 넘었던 한나라당 지지도 역시 40% 초ㆍ중반대로 줄었다. 물론 15% 안팎에 그치고 있는 민주당에 비해서는 아직 큰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양쪽 지지율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정치 컨설팅 업체 e윈컴 김능구 대표는 4일 “부자내각 논란과 인수위 활동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한나라당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고, 반대로 민주당은 통합의 효과 등으로 인해 지지층 결집의 계기를 다잡아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절대 우위 구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 민심의 변화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 컨설팅 박성민 대표는 “수도권의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새 정부의 초반 모습에 실망하면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수도권 승부는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때는 ‘노무현 정권 심판론’이 먹혀 수도권 호남 유권자들도 상당수 이명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지만 총선은 새 정부와 여당에 대한 평가로 전선이 명백히 바뀐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투표 이완 현상도 겹쳐질 가능성이 있어 수도권 향배는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주말을 거치며 윤곽을 드러낼 양당의 공천 성적표도 총선 향배를 출렁이게 할 수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민주당이 호남 물갈이 등 쇄신 공천을 단행한다면 한나라당에서 이탈한 부동층을 흡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능구 대표도 “만약 한나라당 공천이 나눠먹기식 계파공천으로 귀결된다면 이는 부자내각 논란과 맞물려 양당의 지지도 격차를 더욱 좁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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