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주말드라마 속 ‘아줌마’의 모습은 어떨까. 과거보다 나아진 여성의 ‘지위’ 덕분에 남자의 핍박을 굳건히 이겨내며 자주적인 개척을 도모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드라마 속 아줌마 캐릭터가 진화했다고? 그들은 여전히 ‘위기의 아줌마’에 머물러 있다
MBC <천하일색 박정금> 의 박정금. 겉보기엔 기존 엄마의 모습에서 가장 동떨어졌고, 범인과의 결투에서 속 시원하게 이단옆차기를 날려대곤 하니까 과거의 주부와 달리 자기 일과 인생을 영위하는 아줌마로 비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정금(배종옥)은 현실과의 쟁투에서 상처입고 고통스러워 한다. 천하일색>
박정금은 일에 열심인 형사이지만 사실 아이를 잃어 버렸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종종 미성년 용의자들을 풀어주곤 한다. 또한 의사와 변호사 사이에서 화려한 삼각관계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연애에 불과하다. 이혼과 생활고 등으로 직업전선에서 힘든 삶을 사는 여성의 모습을 포착한 것이며 현실에서 추정하는 격상된 ‘아줌마’의 위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KBS <엄마가 뿔났다> 의 김한자(김혜자)도 흔들리는 가족제도 안에서 갈팡질팡하며 갈등을 겪는 ‘변함없는’아줌마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자식들은 김한자의 의지와 상관 없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튀어나가며, 반항한다.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날로 나아지는 아줌마의 현실을 대변하긴커녕, 수십 년 동안 우리의 어머니들이 답습한 고부갈등에 고민한다. 엄마가>
SBS <조강지처클럽> 의 나화신(오현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드라마 <신 현모양처> 등이 이혼의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명랑한 아줌마를 보여줬건만, 2008년 주말드라마 속 아줌마의 삶은 질곡의 연속이다. 남편의 불륜으로 시작된 나화신의 불행은 거의 길바닥에 나앉는 수준으로 심각하게 그려질 정도다. 신> 조강지처클럽>
대중문화평론가 정석희씨는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세상으로 나서는 아줌마에겐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있다. 박정금을 보면 형사보다는 아줌마의 캐릭터가 더 묻어난다. 프로정신이 결여됐다는 뜻이다. 드라마 속 아줌마는 여전히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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