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내사를 하고 있는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기술유출 의혹은 국내 기업의 핵심 첨단 기술이 언제라도 중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4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해 1월말까지 5년간 적발된 국내 기술의 해외유출 사건은 총 127건으로, 피해 예상액만 무려 187조원으로 추정됐다.
또한 그 대상도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 최근에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자동차 업계는 쌍용차 이전에도 중국의 핵심 기술 유출 시도가 빈번하게 이뤄졌던 분야다. 지난해 5월에는 현대ㆍ기아차 퇴사자 출신의 기술컨설팅 회사 직원들이 현직 직원인 후배들을 통해 쏘렌토 공정의 핵심기술 등을 빼돌려 중국 C사에 팔아 넘겼다가 적발됐다.
이들이 빼돌린 정보는 자동차의 소음, 진동, 안전성, 내구성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인 차체 용접 및 조립 기술을 비롯, 신차 개발 일정, 금형공장 설비 배치도 등 무려 57건에 달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문제의 기술 유출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입을 매출 손실이 22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에도 1,850억원이 투입된 변속기 기술이 현직 직원들에 의해 중국 회사로 유출돼 문제가 됐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조선업계에서도 지난해 중국으로의 핵심 기술 유출 시도가 일어났다. 대우조선해양의 전직 기술팀장 Y씨는 원유운반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선박 69척의 설계도 15만장이 담긴 컴퓨터를 통째 들고 중국으로 출국하려다 국정원과 검찰의 공조수사망에 적발됐다.
Y씨는 재직시 설계도면 등 주요 기술자료를 외장형 하드디스크를 이용해 외부로 반출했으며, 이중 일부를 퇴사 후 부사장으로 취업한 선박설계회사 M사의 고객인 외국 조선사들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사례 외에 아직 적발된 경우는 없지만 국내 선급회사(선박 건조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를 감리하는 회사)들이 해외감리에 나갈 때, 또는 외국 선급회사들이 국내에서 일하면서 설계도면 등을 빼돌리는 사례가 다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문학적 피해를 유발하는 기술유출 사례 가운데는 인사, 처우에 대한 불만 등 비교적 사소한 문제가 발단이 된 경우도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 A사의 책임연구원인 W씨는 2003년 회사의 경영상태로 급여가 5년 연속 동결되자 비전이 없다고 판단, 경쟁업체인 미국 C사에 취업 가능 여부를 타진한 뒤 사표를 제출했다.
W씨는 A사 측이 미국지사 근무 조건 등을 내걸고 회유하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자, 자신의 업무와 상관 없는 반도체 공정 전 분야 핵심기술(20GB)을 무단으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최근에는 영화에서처럼 아예 해커를 고용해 기술을 유출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셋톱박스 제조업체 영업부장 출신인 S씨는 2003년 부하직원과 함께 회사의 핵심 제조기술을 빼돌려 퇴사한 뒤, 무역업체를 차린 뒤 이 회사를 통해 빼돌린 기술을 대만 등 해외업체에 팔아넘겼다. S씨는 이후 셋톱박스 업체들의 핵심기술 추가 입수를 위해 외국인 해커까지 고용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처럼 해외로의 기술유출 시도가 빈발하면서, 주요 업체들도 핵심기술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는 퇴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트북 검사를 의무화했다.
포스코는 사내 컴퓨터에서 이동식 저장장치 사용을 금지했으며, 3월부터는 직원들은 물론 외부인에 대해서도 노트북 반입ㆍ반출시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기술유출 관련 제보자에겐 1,000만원의 포상금 지급 방침도 세웠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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