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제특구 1호 업은 홍콩, 금융·물류 '세계 톱3' 꿈
지난 달 28일 어둠이 내리는 퇴근 시간대, 홍콩의 금융가가 밀집한 하버로드 인근 완차이 버스터미널. 수 많은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다. 홍콩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선전에 집을 사서 출퇴근하는 젊은 홍콩 직장인들이 선전행 직통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들기 때문이다.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은 중국 정부가 발행하는 '통행증(通行證)'이라 쓰인 카드 한 장이면 비자나 복잡한 검문절차 없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선전을 오갈 수 있다.
홍콩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자 쇼핑가로 유명한 구룡(九龍)반도 침사추이. '人民幣 歡迎使用'(중국 위안화 사용환영)이라는 푯말을 내건 상점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경제성장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진 선전과 광저우 등 중국남부 도시 주민들이 홍콩 쇼핑가의 주 고객으로 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KOTRA 홍콩무역관 박은균 과장은 "2년 전만 해도 미국 달러화나 홍콩 달러로 거래를 고집하던 상점 주인들이 최근 들어 중국 본토 고객을 위해 위안화를 받고 있다"며 "최근 위안화 절상 기대감으로 가치가 높아지자 아예 홍콩달러를 위안화로 바꿔 저축하는 샐러리맨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금융허브' 홍콩과 '중국의 경제특구 1호' 선전이 한 몸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금융의 홍콩과 제조업의 선전이 '황금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 2020년생산총액에서 뉴욕 도쿄에 이은 세계 3번째 거대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홍콩ㆍ선전 메갈로폴리스가 형성되면 서울시 면적(605㎢)의 6배가 넘는 3,200㎢가 자유경제구역으로 변모해 2020년 GDP규모만 1조1,00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경제도시를 이루게 된다.
실제 두 도시를 합치는 인프라 구축 작업은 이미 80%이상 완료됐다. 홍콩과 선전은 이미 5개 도로와 하나의 지하철, 그리고 하나의 뱃길 등 7개 관문을 통해 거미줄처럼 연결돼 1시간 경제권을 만들었다. 홍콩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홍콩_선전간 최단거리인 서부대교 개통에 이어 앞으로 동부대교까지 건설되면 사실상 두 도시는 공간적 의미에서 한 몸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인프라 뿐 아니다. 분위기도 상당히 무르익었다. 지난해 8월 홍콩에서 열린 '홍콩-선전 협력 포럼'에서 메갈로폴리스 구상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자, 11월 선전시 정부는 "선전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위한 서비스 기지 역할을 할 것이며 홍콩과 협력을 통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도시가 궁합이 잘 맞는 것은 양쪽 모두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창장(長江) 삼각주의 막강한 제조업을 등에 업은 상하이와 달리 홍콩은 제조업 기반이 전무하다시피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선전도 경제구조 고도화가 시급한 과제다.
홍콩 정부의 싱크탱크인 바우히니아 재단이 내놓은 '2020년 홍콩-선전 통합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두 도시는 완전통합에 앞서 1차로 선전주민 200만명에게 스마트 카드를 발급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게 하고, 홍콩 체랍콕국제공항에서 선전공항까지 공항고속철도를 연결해 17분만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두 도시가 만나는 허타오(河套ㆍ홍콩명 록마차우) 지역을 공동으로 개발해 상하이의 푸동과 같은 첨단 개발구를 만들고, 합동 정부청사를 건립해 공동으로 자본을 유치할 방침이다.
바우히니아 재단의 페리 로우 외사부경리는 "홍콩과 선전은 언어적, 문화적 동질감이 강해 통합의 큰 장애는 없을 것"이라며 "두 도시간 결합이 예정대로 된다면 세계 톱클래스의 금융ㆍ물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 '투자천국' 홍콩의 매력 10選
홍콩은'투자의 천국'이라 불린다. 그 만큼 투자하기 쉽고, 투자자들도 많이 몰린다는 뜻이다. 인구 698만의 조그만 도시 국가가 1인당 국민소득 2만9,000달러에 이르는 소강국으로 성장한 배경이다. 외국인투자 유치는'홍콩 투자청'이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투자청은 홍콩정부가 외자유치를 위해 2000년 7월 직접 설립한 단체로 매년 250여 개가 넘는 해외 기업들을 홍콩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주요 4개 지역을 포함해 세계 26개 거점 도시에서 투자청 소속 130여명의 전문인력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투자청의 팻푼 대외협력 차장은 홍콩이 투자의 천국이라는 닉네임을 얻게 된 이유로 10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홍콩이 거대한 본토 시장을 배후로 둔 대중국 투자의 관문이라는 점이다. 푼 처장은 "세계 최대 단일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투자와 관련, 안정적이면서도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제공하면서 외국인 투자유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세금이다. 홍콩에서 사업하는 기업은 법인세 16.5%(한국 25%)를 내면 이자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금으로부터 해방된다.
또 올 3월부터는 이보다 1%를 낮춰 적용키로 했다. 여기에 도쿄나 싱가포르 같은 경쟁 도시와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고, 세계적 수준의 초현대식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또 세계 어느 나라 국민이더라도 동등하게 적용되는 법과 깨끗한 정부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홍콩은 기업설립을 위해 서류 한 장을 작성할 때 외에는 공무원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할 정도로 공공업무 서비스도 세계 최상급이다.
뉴욕이나 런던 못지 않은 경제적 자유와 각종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세계 정상급의 인재, 그리고 영어를 사용해 언어적 장벽이 없는 국제적인 삶도 홍콩 투자의 매력으로 꼽았다. 홍콩 투자청 한국대표부 장이안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최근 중국투자를 위해 홍콩으로 몰려들면서 별도의 한국법인을 두고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모든 투자관련 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고, 인허가부터 정착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투자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홍콩=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 앤소니 우 총재/ 홍콩정부의 '싱크탱크' 바우히니아 재단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 되면서 큰 기회를 얻고 있으며, 선전과 통합하게 되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
홍콩정부의 싱크탱크인 바우히니아 재단의 앤소니 우 총재는 “홍콩은 중국본토 투자의 관문역할을 맡으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 있다”며 “선전과의 통합이 이뤄지면 세계 3대 메갈로폴리스(초광역경제권)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홍콩-선전 메갈로폴리스 조사 보고서’를 발표해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은 그는 “통합은 장기적인 과제이지만, 홍콩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세계 일류의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우 총재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시스템으로 두 도시의 제도가 달라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에 대해 “이미 홍콩과 선전을 왕래하는 비즈니스맨들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는데다, 홍콩과 선전은 언어적 장벽이 없고, 40분이면 도달할 만큼 공간적으로 가까워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 총재는 “과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 홍콩의 경제가 가라앉을 것이라는 서방 측의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며 “중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외국자본의 본토 투자가 늘어 오히려 성장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 총재는 상하이와 베이징 등이 홍콩을 벤치마킹해 경쟁적으로 금융을 강화하고 있는데 대해 “베이징과 상하이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자본 자유화나 외국인 투자를 위한 기반은 홍콩과는 아직 격차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 자본시장에서 홍콩의 위상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정부의 외국 투자유치 노력에 대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다”며 “이들 나라를 제치고 한국에 투자를 해야 할 이유를 외국 투자가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의 투자유치 어려움과 관련,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정치적 상황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커다란 걸림돌”이라며 “투자에 영향을 끼칠 만한 정치적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홍콩=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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