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바다의 시대이다. 냉전 종식과 함께 분쟁의 초점이 대륙에서 해양으로 옮겨가면서 다양한 형태의 해양영유권 분쟁이 발생되고 있다. 현재 지구 상의 해양 및 도서영유권 분쟁은 약 32건 내외이다.
이중 가장 심각한 분쟁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바다에 집중되어 있다. 해양영유권 분쟁이 이 지역에 집중되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이다.
■ 해양수산부 폐지 부작용 많아
첫째는 지형학적으로 동북아시아 바다의 모양이 복잡하여 영유권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둘째로는 지정학적으로 초강대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의 전략적 이해가 이 지역에서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형학 및 지정학적 매트릭스의 중심에 한국이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가의 특성 상 어업, 해양자원 및 해로개발 등과 연관된 해양영유권 확보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더욱이 최근에 더욱 빈번해지는 일본의 독도 침탈 기도를 고려할 때, 국가적 노력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 새 정부는 국가 해양정책을 총괄 조정하던 해양수산부를 폐지하고 해양수산부의 주요 업무였던 해양이용·개발 분야와 수산 분야를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분리했다.
고도의 통치기능과 관련 없는 중추적인 국가정책의 수립 및 집행 부문들이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서 구조조정되었고, 그러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오랫동안 훈련된 테크노크라트들은 하루아침에 자신의 전문분야나 의사와 관계없이 엉뚱한 곳에 배치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어족자원 관리에 관련된 국제입법에 관심을 가졌던 필자도 얼마 전까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던 관료들이 이산가족처럼 모두 흩어져 어디 가 있는지를 모른다.
기존 기능이 단지 분리되어 그대로 수행된다고 하지만, 해양개발ㆍ이용, 어업, 해양경찰 등 독립적 성격의 몇 개 부처가 통합되어 있었던 해양수산부의 경우, 정책조정 기능을 상실하면 분리 독립한 부처끼리 충돌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뿐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어떻게 동북아 지역의 해양영유권 분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새 정부가 더욱 다변화하고 가속화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 해양영유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국제해양법과 해양전략에 대한 연구를 증진하고 해당 분야 연구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병행하여 해당 지역 ‘바다’를 이해해야 한다. 해양영유권 분쟁은 바다라는 물리적 공간의 특성상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통한 지역 및 속성 정보 분석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GIS 정보의 시간 및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사이버 카토그라피와 같은 디지털 정보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사이버 카토그라피는 해양법과 해양전락적 정보를 디지털 기술로 시각화한 후, 이를 실시간(realtime) 편재하는(ubiquitous) 동적 정보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첨단 방식이다.
이러한 정보기술을 통한 분석은 우리를 둘러싼 해양영유권 분쟁의 본질을 좀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쟁의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도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 해양영유권 체계적 대처 필요
삼면의 바다가 육지라면 우리에게 이런 걱정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다리같은 한국에 있어서 바다는 운명이며 미래이자 가능성이다.
17세기 초반 그로티우스가 <자유해론(自由海論)> 을 통해 근대자본주의의 융성과 유럽의 부흥을 예고하였듯이, 해양영유권 분쟁에 대한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대처를 통해 우리나라가 21세기 동북아를 주도하는 역량있는 해양국가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 본다. 자유해론(自由海論)>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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