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은 즐기면서 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의 세계는 밝고 즐거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남 하동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월호(月瑚ㆍ51) 스님이 말하는 참선의 세계는 상쾌하고 유쾌하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송곳 꽂아놓고 초죽음이 되도록 밀어붙이는 고행이 아니다.
승가대학에서 학인(學人) 스님들을 가르치는 월호 스님은 지난해 봄부터 불교방송에서 라디오 전파로 일반인들에게 참선을 가르치기 시작해 이제 1년이 됐다. 최근에는 대중적인 참선서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불광출판사)를 펴냈다. 4일 월호 스님을 만나 그가 말하는 참선의 세계를 들어보았다. 당신이>
월호 스님은 ‘거꾸로 공부를 한’ 스님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생활을 하다가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후 출가, 행자 생활과 군대보다 힘들다는 강원을 거친 뒤 여러 선방에서 참선수행을 했다. 남들이 가는 순서와는 반대였다.
일반인이 하는 학교, 회사생활을 다 해본 그가 경험한 출가생활은 어떤 것이었을까. “강원에 들어가서 처음 1년간은 <치문> 1권만 갖고 공부했습니다. 박사과정에 다닐 때는 하루에 몇 권씩 책을 읽었는데, 하루에 5~6줄 외우는 것이 공부의 다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마음이 쉬어지고 분별심이 줄어들고 번뇌가 줄어들었습니다. 지식을 쌓는 세간의 공부와 마음을 쉬는 출가 공부의 차이를 알게 됐죠.” 24시간 여러 스님들과 큰 방에서 같이 밥 먹고 공부하고 잠 자는 강원 생활을 통해서도 모난 점이 줄어들면서 마음이 쉬어가는 것을 느꼈다. 밖으로 치닫던 열망과 헐떡거림이 점점 잦아들고, 욕심 내고 성질 내는 것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게 됐다. 치문>
하루 종일 참선만 하는 선방 생활은 ‘환상’이었다고 한다. “최고입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나 선방에서 안 살아보면 태어난 보람이 없습니다. 전 국민이 한두 철 선방 생활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든지 어렵게 말할 수 있는 참선을 그는 쉽게 설명한다. “‘참선은 수행자들이 안거 때 선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하는 것이다.’ 이건 고정관념입니다. 참선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육조 혜능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앉아서 좌선하거나 용맹정진 하는 것만이 참선이 아니라, 서거나 앉아있거나 말하거나 밥 먹거나 무엇을 하든 자신의 본래 성품, 즉 본래 마음(original mind)을 돌이켜 보는 것이 바로 참선의 시작입니다.”
그렇다면 돌이켜 보아야 할 본래의 성품(性品)이란 무엇인가. “양손바닥을 마주치면 손뼉소리가 난다. 이 소리를 듣는 성품은 어떤 건가, 어떻게 생겼을까.” 선가(禪家)에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인간의 성품은 본래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과 본래 악하다는 성악설(性惡說)이 있는데, 불교는 성공설(性空說)입니다.
성품이 공(空)하다는 것은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이며, 시시각각 찰나 생멸(刹那 生滅)한다는 것입니다. 말하거나 듣거나 느끼거나 하는 마음 작용만 있다는 것입니다. 성품은 디지털식으로 단박에 보아야 하며 몸과 마음은 아날로그식으로 꾸준히 닦아야 합니다.” 월호 스님의 설명이다.
월호 스님은 참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어 완전 연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이나 재물 등 나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이며, 지나가버린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오지않은 미래를 미리 당겨서 걱정하지 않는 것을 그는 ‘완전 연소’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렇게 되면 밥 먹을 때는 밥을 먹을 뿐이고, 일을 할 때는 일을 할 뿐이며, 앉아 있을 때는 앉아있을 뿐인 삶이 되는 것이다. 좌선을 하고 화두를 드는 것은 실생활에서 이렇게 되기 위해 연습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즐거운 참선’을 가르친다. “참선은 ‘극락에 간들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있겠는가’ 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죽어라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깨달음이 오겠지’하는 마음으로 인상을 쓰면서 하면 오히려 온갖 병통이 생겨납니다.”
월호 스님이 이번에 쓴 책도 그의 말처럼 쉽다. 외국인 스님을 지도하기 위해 만든 참선에 대한 설명과, 경허 스님의 <참선곡> 풀이, 자신의 선방체험, 방송에서 ‘참선 백문백답’ 시간에 한 문답 내용 등을 모았다. 참선곡>
월호 스님은 “방송을 들으면서 사업실패 등으로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우리나라가 잘 되려면 영어 공부보다는 참선을 통한 심성 교육이 우선”라고 말했다. 스님은 30일 서울 불광사에서 방송 1주년 기념법회도 갖는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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