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냉이의 톡 쏘는 맛을 이용한 화재 경보기가 일본에서 개발됐다.
일본의 한 의료기기제조업체가 만든 이 경보기는 청각장애인 등 경보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을 위해 고안한 것으로, 화재를 감지하면 고추냉이에서 추출한 자극성 강한 냄새 성분을 자동으로 분사한다. 일본에서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청각장애인이나 잠에 깊이 취한 사람이 경보를 듣지 못해 희생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추냉이 경보기는 시가(滋賀)의대 병원의 실험에서 일단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렸다. 청각장애인 4명을 포함, 모두 1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감기에 걸려 코가 꽉 막힌 1명을 제외한 13명에게서 효과를 냈다. 피실험자가 완전히 잠든 뒤 경보기를 작동했더니 빠른 사람은 10초, 늦은 사람도 2분 이내에 잠에서 깨 대피한 것이다. 실험한 참가한 한 청각장애인은 “고추냉이를 듬뿍 바른 생선초밥을 먹었을 때와 같은 강렬한 자극이었다”고 대답했다. 개발업체는 향후 보완 실험을 거쳐 늦어도 2년 안에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가의대 병원의 관계자는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은 대체로 냄새에 민감하다”며 “청각장애인에게 화재 발생 외에 다른 경우에도 위험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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