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이끄는 러시아호(號)에는 누가 탑승할 것인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집권 시에는 ‘올리가르흐(과두재벌)’,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 집권 시에는 ‘실로비키(군ㆍ정보기관 출신 관료)’들이 득세한 전례로 볼 때, 메드베데프 정부에서도 새로운 실세들이 부상할 여지가 크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막후에서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새로운 실세그룹의 등용은 메드베데프 당선자의 홀로서기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메드베데프 당선자의 최측근으로는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 이고르 슈파로프 대통령 경제보좌관, 나탈리아 티마코바 대통령 언론보좌관, 싱크탱크 그룹 ‘파노라마’ 회장인 블라디미르 프르불로브스키 등이다.
이 중 메드베데프 당선자와 같은 상트 페테르부르크대 법대 출신들인 ‘페테주리스트(Petejurists)’가 새로운 계파를 형성, 요직에 진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톤 이바노프 최고 중재법원장, 알렉산드르 구츠산 대검차장, 일리야 앨리세프 가즈프롬은행 이사회 부의장, 유리 페르토프 연방재산기금 의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메드베데프처럼 사법권 독립을 강조하고 서구식 시장주의에 우호적이다.
그러나 메드베데프의 대통령 당선을 실질적으로 지원한 푸틴 대통령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법대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푸틴 시절에 등용된 인물들이 여전히 세력을 유지할 수 있다. 푸틴 정권에서 요직에 오른 엘비라 나비울리나 경제개발ㆍ통상 장관, 안드레이 푸르센코 교육과학 장관, 알렉세이 고드데예프 농업장관 등 이른바 ‘페테르 사단’이 여기에 속한다.
후계자 선정 과정에서 소외된 세력의 불만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메드베데프가 실로비키 인사들을 어느 정도 등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연과 학연을 떠나 정치적으로 중립이고 실력이 검증된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도 중용 대상으로 꼽힌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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