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대학가와 교육계에 또 한번 충격을 던졌다. 올해로 임용기간이 끝나는 교수 25명 중 연구실적이 부진한 6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다른 2명도 2년 이내 기대수준의 연구성과를 내지 못하면 퇴출하겠다고 통보했다. 탈락자에는 <사이언스> 등 국제학술지에 조작된 논문을 발표해 물의를 빚은 교수도 들어 있다. 사이언스>
교수직이 더 이상 ‘철밥통’이 아님을 앞장서 일깨워온 서남표 총장은 이번에 가장 파급효과가 큰 조치를 취한 셈이다. 서 총장은 지난해 9월에도 “세계 일류 학생들을 데리고 세계 최고 대학을 만들지 못한 것은 교수들의 책임” 이라며 테뉴어(정년보장) 교수심사기준을 강화해 신청자 35명의 절반에 가까운 15명을 탈락시켰다.
그 동안 대학의 교수 재임용제도와 승진심사제도는 유명무실했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 5년간 승진에서 탈락한 교수가 5명일 정도로 형식에 그쳤다. 사립대의 경우 재단이나 정치권에 의해 심사결과가 왜곡되거나 악용되는 일도 잦았다. 그러다 보니 교수들은 공정한 경쟁을 통한 수준 높은 연구풍토 조성에 기여하기보다 무사안일과 도덕적 불감증에 빠지게 됐고, 가짜 학위, 논문 조작과 표절도 자주 빚어졌다. 기회만 있으면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교수도 늘어났다.
결과는 곧바로 우리 대학과 학문 수준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더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을 보면 서울대(51위)는 중국 칭화대(40위), 일본 오사카대(46위)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AIST 역시 132위로 ‘2011년 세계 10대 대학’ 이라는 목표가 부끄럽게 됐다. 학생들에게도 원인이 있지만, 연구에 게으른 교수들에게 1차 책임이 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인 대학이 발전하려면 교수들부터 정신차려야 한다. 다행히 KAIST 외에 배재대 대전대 등도 올해부터 엄격한 잣대로 ‘연구 없는 교수’들을 퇴출하고 있다. 충청권 대학에서 시작된 자극과 충격이 전국으로 퍼져 교수사회가 크게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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