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외교통상부가 원 톱으로 주도할 듯 했던 외교안보팀의 역학구도가 복잡하게 얽혀버렸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비중이 큰 김하중 주중대사가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입안과 추진 과정에서 외교부와 통일부 장관은 물론, 미국통인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외교부 장관을 지낸 한승수 총리, 외교부 제1차관 출신인 조중표 국무총리실장까지 쟁쟁한 외교부 라인이 사안별로 상호 견제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 김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라이벌 관계가 눈에 띤다. 두 사람은 외무고시 7회 동기로 각각 북미 라인과 아태 라인의 대표주자. 외교부 내 승진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 왔다.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에 따라 유 장관의 입김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한반도 내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커진 중국의 비중을 중시해야 한다는 김 후보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등 대북한 대응과 관련, 유 장관은 1980년대 말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시절부터 20년 간 직ㆍ간접적으로 다룬 경험이 있고 김 후보자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주중 대사를 거치는 동안 유 장관 못지않은 식견과 정책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에 밝은 학자 출신인 김 외교안보수석은 외교 정책이나 북핵 문제에 학습단계에 있는 상황이지만 대통령에 직보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외교 정책 추진과정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참여정부를 들여다보더라도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던 청와대 외교안보팀이 정책의 주도권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참여정부 중반까지 이종석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이니셔티브를 쥐는 형국이 연출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송 실장도 외교부 장관으로 옮긴 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납치사건,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영향력이 현격히 축소됐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로는 모두 일가를 이룬 분들이라 어느 쪽에 비중이 실릴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외교부가 주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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