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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대상 인문학 강좌 열기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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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대상 인문학 강좌 열기 뜨겁다

입력
2008.03.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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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 문지문화원 사이.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 스티븐 핑커 <빈 서판> 등의 저작으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진화심리학 : 인간 본성의 진화적 접근’이라는 강의가 진행 중이었다.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11명의 수강생들의 직업은 주부, 회사원, 학생들로 각양각색이지만 강사 전중환(35)씨의 말 한마디도 놓칠 새라 귀를 쫑긋 세웠다. 전씨가‘도덕’과 ‘종교’의 차이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수강생들은 주저하지 않고 저마다 의견을 개진했다.

박의준(34ㆍ회사원)씨는 “도킨스의 책을 읽고 진화심리학에 대해 관심이 생겼지만 강의를 들을만한 곳도 별로 없다”며“대학 밖에서 진행되는 이런 인문교양강좌는 수준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고 수업 분위기도 자발적이기 때문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높아진 대중들의 교양욕구를 채워주려는 대학 밖 인문ㆍ교양강좌가 봄을 맞고 있다. 시장주의의 물결 앞에 대학의 인문학 강좌들이 고사위기에 처한 반면 대안 연구공간들의 주도하에 개설된 인문ㆍ교양강좌들은 활기를 띄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지상 위에 내려온 철학’을 모토로 이정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설립한 철학아카데미와 고전문학연구자 고미숙, 사회과학자 이진경씨를 중심으로 출범한 수유+ 너머의 인문ㆍ교양강좌가 선구자격이다.

철학아카데미는 지난 7년간 푸코, 라캉, 들뢰즈 등 현대의 주요한 사상가들의 사상을 훑는 강좌와 페미니즘, 존재론ㆍ인식론ㆍ윤리학 등 철학초보자를 위한 입문강좌 등 500강좌 이상을 진행, 일반인과 소통하는 철학강좌의 메카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삶과 앎이 일치된 지식공동체를 표방하는 수유 + 너머는 연구자들의 관심사를 발빠르게 강의로 옮기는 유연성이 특징이다. 올 봄에는 동아시아 사상과 근대성, 마르크스초기 저작읽기 등의 강의가 진행된다.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강좌의 대표격으로는 김수행 전 서울대 교수, 오세철 연세대 교수 등이 주도하는 사회과학아카데미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첫 학기를 시작해 지난 학기에는 80명 이상의 직장인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자본론> 읽기, 사회주의 운동사 등의 강좌들이 변혁지향적인 이 아카데미 성격을 설명해준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1980년대 노동해방문학론을 주장했던 문학평론가 조정환씨가 이끄는 문화운동가들의 연구모임인 다중지성의 정원도 일반인들의 품을 파고들었다. 지젝, 들뢰즈, 클라우제비츠 등의 현대철학사상가들이 주요 강의주제로 정치적인 색깔이 강한 편이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문지문화원 사이는 이름 그대로 학제간의 경계넘기를 중시한다. 문학과 지성사라는 모태에서 나온 만큼 문학, 연극, 영화를 주제로 한 교양강좌의 인기가 높고, 판타지ㆍ동화ㆍ시나리오 창작 등의 실용강좌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성공회대와 한국출판인회의가 이달 7일 시작하는 르네21은 ‘책’을 매개로 한 인문강좌다.

<논어> <사기열전> 등의 동양고전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서양고전을 커리큘럼으로 한 인문강좌와 ‘심리’’18세기’등을 키워드로 대중적인 화제가 됐던 책을 놓고 강의하는 주제별 강좌가 진행된다.

최장집, 임형택, 이근식 등 역사, 정치, 철학, 법, 과학 분야의 국내 대표학자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의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도 호응이 높다. 지난해 10월 시작했는데 토요일 강의임에도 5주간의 강의에 1,300명이 몰릴 정도로 문전성시다.

성태용 학진 인문학단장은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이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강좌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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