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10분 전. 본격적인 개별 심사를 앞둔 10여명의 참가자들이 음악감독의 지도 하에 최종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대기실은 물론이고 화장실에서까지 목청을 가다듬는 음성이 들려온다.
배우 지망생의 프로필이 담긴 서류를 꼼꼼히 점검하는 심사위원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와 변희석 음악감독, 뮤지컬 배우 전수경의 모습까지 여느 뮤지컬 오디션과 다를 바가 없는 풍경이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카메라가 석 대나 준비돼 있는 것. 조명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공연 무대를 방불케 하는 데다 웬일인지 오디션 참가자가 아닌 심사위원마저도 화려한 옷차림에 방송용 분장까지 하고 있다.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으로 진행되는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의 오디션 2차 심사가 있던 3일 LG아트센터 연습실 현장은 긴장과 열기가 넘쳤다. 마이>
■ 방송용 오디션은 끼가 우선?
“지정곡을 영어 버전으로도 준비했습니다. 영어로 한번 다시 부르면 안될까요? ‘예스’, ‘노라’도 한번 해보게 해주세요, 네? 저 일본어 연기도 준비했습니다.”(106번 고아라)
“영어로 해도 별로 다르지 않군요.”(변희석 음악감독)
한 참가자의 개성 넘치는 공연에 연습실을 가득 메운 현장 스태프와 방송 관계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8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될 라이선스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를 제작하는 오디뮤지컬컴퍼니는 SKY, 미디어 그룹 온미디어와 함께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싱잉 인 더 스카이> 를 개최한다. 싱잉> 마이>
여주인공 엘리자 두리틀을 뽑는 이 프로그램에 지난달 말까지 1,000여명이 접수했고 지난 2일 400여명이 참여한 1차 심사를 거쳐 3일 총 70여명을 대상으로 2차 오디션을 열었다. 여기서 뽑힌 스무 명의 참가자가 서바이벌 형식으로 합숙 트레이닝을 받는 전과정은 3월 말부터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과 온게임넷에서 방송된다.
이날 오디션은 뮤지컬 2차 오디션이라고 하기엔 독특한 광경이 유난히 자주 펼쳐졌다. 지정곡 대신 동화구연을 한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지식 검색 서비스를 통해 오디션을 준비했다는 엉뚱한 답변을 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 오디션, 마케팅의 수단으로 진화하다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이미 일반화된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형식의 오디션의 목적은 두 가지. 잠재력 있는 신인 발굴과 뮤지컬의 저변 확대다. 이번 <마이 페어 레이디> 오디션도 같은 이유로 기획됐지만 뮤지컬 관객층이 두텁지 않은 우리의 경우 사전에 작품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이 크다. 마이>
그런 까닭에 오디션에는 유난히 통통 튀는 끼를 선보인 참가자들이 많았다. 심사를 맡은 신춘수 대표는 “준비된 배우 지망생보다 끼만 앞세운 참가자가 많은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한국은 인지도 높거나 스타가 캐스팅 되지 않으면 흥행이 어려운 게 현실인 만큼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와 작품의 인지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TV프로그램 형식을 빌지 않더라도 최근 유난히 공개 오디션이 늘어난 것은 이미 오디션이 배우 선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뮤지컬 오디션이 전문 배우 뿐만 아니라 일반인과 연예인도 참여하는 공개 오디션으로 확장되면서 오디션 결과가 적지 않게 뮤지컬 마케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인들이 참여해 화제가 된 뮤지컬 <러브> 나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오디션 결과 발표만으로 티켓 예매 사이트 상위 순위에 올라 있는 뮤지컬 <소나기> 가 대표적인 예다. 소나기> 러브>
결국 뮤지컬 오디션이 작품을 알리는 첫 신호탄인 동시에 홍보마케팅의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신춘수 대표는 “작품을 잘 만들고 관객을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직접 심사할 수 있는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이 한국 뮤지컬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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