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초~2008년 2월말 한국출판인회의 베스트셀러 집계를 살피면 상위 5위에 들었던 외국문학 작품은 모두 6편이다.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ㆍ2주간),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ㆍ11주),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ㆍ18주), <포르토벨로의 마녀> (파울로 코엘료ㆍ8주),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조앤 롤링ㆍ9주), 그리고 팀 보울러(55)의 <리버 보이> 다. 리버> 해리> 포르토벨로의> 파피용> 향수> 공중그네>
■ 아름다운 성장소설… JK 롤링을 넘어서다
다른 ‘톱5’가 모두 국내 고정 독자를 확보한 유명 작가 작품인데 반해, 보울러는 <리버 보이> (다산책방 발행)로 국내 첫 소개된 영국의 낯선 작가다. ‘해리포터를 제치고 카네기 메달 수상’(영국의 권위 있는 청소년 문학상으로, <리버 보이> 는 1998년 수상작)이란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 작년 10월 책이 나온 직후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리버> 리버>
하지만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15세 손녀의 교감을 그림과 강을 통해 은유적으로 형상화한 이 소설의 매력은 쉬이 묻히지 않았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란 입소문을 타면서 출간 한 달 뒤부터 판매고가 수직 상승했다. 이후 12월 둘째주(7~13일)부터 올 2월 넷째주(22~28일)까지 11주째 ‘톱5’를 기록하며 2월말 현재 22만8,600여 부가 팔렸다.
지난달 18일 새로 출간된 <스타시커> (전2권ㆍ다산책방)는 음악적 천재를 타고난 사춘기 소년의 성장통을 그린 소설로, 보울러의 문학적 역량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수작이다. 이 책은 2주 만에 3만 권 판매를 훌쩍 넘기면서 ‘한국이 사랑하는’ 또 한 명의 해외 작가 탄생을 예감케 하고 있다. 25년째 영국 남서쪽 시골 마을 데본(Devon)에 살며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보울러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스타시커>
-올해 들어 외국문학 베스트셀러 1위를 독주하는 등 <리버 보이> 가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상했나. 리버>
“<리버 보이> 가 21개국에 번역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 정도로 성공할 줄은 몰랐다. 한국적 정서와 잘 맞았던 것 아닐까. 이 책은 불교나 도교 사상에 친숙한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내용을 깔고 있다. 2001년 다녀온 뒤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 한국에서 내 책이 사랑 받아 더욱 기쁘다.” 리버>
-요즘 문학 작품에서 가족은 소홀히 다뤄지거나 아예 취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자녀도 아니고 할아버지-손녀의 정신적 교감을 깊게 다룬 <리버 보이> 는 유난해 보인다. 리버>
“내게 가족은 아주 소중한 존재다. 특히 외할머니, 친할아버지와 각별했다. 조부모를 잃으면서 아이들은 처음 사별을 경험한다. 내가 열네 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에 가지 못할 만큼 충격을 받았었다. 장례식에 못 간 것은 늘 후회로 남았다. <리버 보이> 를 쓰며 비로소 나만의 방식으로 할아버지에게 사랑과 작별의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리버>
-<리버 보이> 에서 할아버지의 죽음은 기독교적이기보단 범신론적으로 다뤄진다. 죽음이 강의 흐름에 비유되고, 죽은 자의 영혼이 산 자를 인도한다. 동양 철학에 관심이 깊은 건가. 리버>
“종교는 없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 종교, 신비주의 신앙에 관심이 많다. 물론 영적인 부분에 있어선 동양 사상의 영향이 깊다. 이 작품에서 난 (할아버지의) 개성과 (죽음이란) 보편성을 연결하는 방식을 고민했고, 자연을 비유 대상으로 삼으면서 답을 찾았다.”
-<리버 보이> 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낯설고도 간결한 제목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정했나. 리버>
“영감처럼 떠올랐다. 소재를 고민하며 ‘어린 소녀’ ‘고약한 할아버지’ 등을 끄적이는데 아내가 새로 쓸 책 제목을 정했냐고 질문했다. 그 순간 내 입에서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리버 보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나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 순간 소녀, 할아버지, 강, 소년이란 네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2주 후 아내가 그림을 한 점 사서 벽에 거는 걸 보고 할아버지를 강을 그리는 화가로 설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토리는 그렇게 정해졌다.”
-<스타시커> 가 나왔다. 당신은 이 작품에 대해 “이전 작품보다 2배쯤 길고 여러 면에서 다른 작품”이라고 썼다. 어떻게 다른가. 스타시커>
“슬픔을 겪은 후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란 점에선 비슷하지만 <스타시커> 는 훨씬 역동적이고 긴 분량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리버 보이> 가 할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는 제스(손녀)에게 집중한다면 <스타시커> 는 주인공 루크뿐 아니라 그의 엄마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상처를 딛고 나아간다. 이 소설에선 어른들도 완전하지 않다. 그들도 상처를 치유하며 희망을 발견한다.” 스타시커> 리버> 스타시커>
-루크는 존재 고유의 진동을 소리로 듣고, 그 소리에서 이미지를 떠올리는 특별한 음악적 능력을 지녔다. 실제 이런 사람이 있나, 아니면 상상인가.
“실┠?이런 재능을 지닌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소설에서 루크가 겪는 일 중 일부는 실제 경험 사례로 보고된 것들이다. 나 또한 미약하나마 비슷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연구 결과와 개인적 경험에다가 작가적 직관과 상상력을 보태 만든 인물이 루크다.”
■ “청소년 소설 아니라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
-<리버 보이> <스타시커> 엔 인간적 장점과 한계가 공존하는 입체적 캐릭터, 판타지ㆍ미스터리 기법을 활용한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인상적이다. 작품 쓸 때 캐릭터부터 만드나, 플롯부터 짜나. 스타시커> 리버>
“항상 캐릭터와 장소를 먼저 구상한다. 캐릭터가 자기 성격에 걸맞게 스토리 속에서 행동하도록 유념한다. 장소도 일종의 캐릭터다. <리버 보이> 에선 강이, <스타시커> 에선 오크나무가 주요 인물 중 하나다. 캐릭터와 장소가 제대로 정해지면 플롯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스토리 잘 만들 자신은 늘 있으니까.” 스타시커> 리버>
-평소 “청소년 소설을 쓴다기보단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쓴다”고 말한다.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청소년기엔 잠드는 아이의 모습과 깨어나는 어른의 모습이 동시에 나타난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으면 이 두 가지 면을 모두 담아낼 수 있어 매력적이다. 난 청소년 소설은 쓰지 않는다. 물론 내 의지와 무관하게 청소년 문학 작가로 불린다는 걸 알고 있고, 그 점에 만족한다. 다만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