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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가 무너지면 다음은 우리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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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가 무너지면 다음은 우리 차례"

입력
2008.03.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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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형님 편드는 親朴의 역설■ 이상득 공천문제의 정치학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의 거취가 갖는 정치적 함의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먼저 그는 영남권 중진 물갈이의 바로미터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당내 친 박근혜계와 대척점에 서 있다. 동시에 그는 친 이명박계에선 원로그룹, 이재오 전 최고위원 그룹, 소장파 그룹 가운데 한 축이기도 하다. 친이 계열의 공심위원이 이 부의장의 공천배제를 촉구했으나 친박측이 그를 옹호하는 ‘역 상황’은 이런 복잡한 사정에 기인한다.

외부 공천심사위원인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는 28일 회의에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고령의 의원들은 모두 공천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다른 고령의 중진의원은 공천에서 탈락시키면서 ‘대통령의 형’이란 이유로 이 부의장을 공천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장대로 이 부의장이 공천에서 배제되면 마치 제방이 무너지듯 영남권에서 도미노 공천탈락 사태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친 이측은 정치적 의도가 있든 없든 물갈이의 표적인 영남 중진의 상당수는 친박 계열이라는 점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친이 계열 내에서 이 부의장의 공천배제 움직임에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거꾸로 친박측은 이 부의장 공천문제가 불거진 의도를 좀 더 파악해봐야 한다면서도 내심 이 부의장 공천이 이뤄졌으면 하는 눈치다. 전날 회의에서도 친박 계열 공심위원은 이 부의장 문제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영남 물갈이론이 급부상하면 손해라는 계산을 한 것 같다. 한편으론 “이 부의장의 불출마는 처음부터 우리를 겨냥해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부의장의 공천배0제 움직임을 같은 친이 계열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측 공격으로 보는 분석이다. 전날 회의에서 강 교수의 문제제기에 동조하고 나선 사람이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김애실 의원이었다는 점이 근거가 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부의장이 중심이 된 원로그룹이 내각과 청와대 인선을 주도하자 이재오계와 소장파 그룹이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친 이쪽 분열이 표면화한 것은 없다. 하지만 최근의 내각 사퇴 파동과 맞물려 당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것은 사실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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