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7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시즌 마수걸이포를 터트리며 ‘파워 엔진’의 본격적인 재가동을 알렸다.
박지성은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럼과의 2007~0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 원정경기에 4-4-2 포메이션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 벼락 같은 헤딩 추가골을 터트리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박지성은 1-0으로 앞선 전반 44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한 폴 스콜스가 올린 크로스를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솟구치며 정확히 헤딩슛, 풀럼 골네트를 흔들었다. 지난해 4월1일 블랙번전 이후 335일 만에 터진 득점포이자 2005년 EPL에 진출한 후 정규리그 통산 7호골이다.
‘한 방’이 절실한 시점에 터진 골이라는 점에서 시즌 첫 골의 의미는 각별하다. 박지성은 지난해 4월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후 장기간의 재활을 거쳐 12월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이전과 같은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팀 내 입지를 위협받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이언 긱스, 루이스 나니 등 세계적 스타들과의 경쟁이 힘이 부치는 듯 했고 특히 최근 2경기에 연속 결장, ‘벤치 워머’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다.
그러나 박지성은 풀럼점에서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생존 경쟁’과 관련한 주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박지성은 풀럼전에서 시즌 첫 득점을 올렸을 뿐 아니라 올 시즌 최고의 움직임으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박지성은 후반 25분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후반 36분 미드필드에서 골에어리어 왼쪽으로 파고 드는 존 오셔에게 ‘킬 패스’를 찔러줘 상대 자책골의 디딤돌을 놓는 등 시종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박지성의 골이 풀럼을 죽였다”며 ‘애제자’의 활약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맨유는 이날 완승으로 20승4무4패(승점 64)를 기록, 선두 아스널(승점 65)에 한 점 차로 따라 붙었다. 평소 감정 표현에 인색한 박지성도 첫 골의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감이 필요했고 골이 절실히 필요했다. 앞으로 경기 출전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오늘 경기는 아주 좋았다”며 골 가뭄 해갈의 벅찬 소감을 밝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일 오전 올드트래퍼드에서 올림피크 리옹(프랑스)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8일 같은 장소에서 포츠머스와 FA컵 8강전을 치른다. 오랜 침묵을 깬 박지성의 상승 곡선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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