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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yBa 기수 이안 다벤포트 아시아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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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yBa 기수 이안 다벤포트 아시아 첫 개인전

입력
2008.03.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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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은 붓으로 물감을 지배하려 합니다. 하지만 전 물질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 주는 역할만을 할 뿐이죠. 난 물질을 지배하지 않아요.”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yBa(young British artists)’ 작가 이안 다벤포트(42)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아시아 첫 개인전에 맞춰 한국에 왔다. yBa는 1980년대 말 등장한 일군의 젊은 영국 미술가들을 일컫는 말로, 데미안 허스트가 대학원생 시절 기획한 전시 ‘프리즈(Freeze)’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용어가 됐다.

골드스미스 대학 출신들이 주죽이 된 이 전시가 휴면 상태이던 영국 현대미술에 르네상스를 불러오며, 영국이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계기가 된 것.

골드스미스 대학을 졸업한 88년 프리즈전에 참여하며 두각을 나타낸 다벤포트는 91년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후 스물다섯의 나이에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 후보에 최연소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유명해졌다. 페인트가 흘러내린 흔적으로 작품을 만드는 그의 작업은 기존 회화의 전통을 거부하는 현대미술의 지향을 또렷이 보여준다.

“나는 붓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작가예요. 시리즈마다 다르긴 하지만 늘 미술과 관련 없는 도구들을 이용합니다. 물감을 물통에 담아 들이 붓거나 못으로 물감을 바르거나 주사기로 찍어 흘리죠. 영국에서 주사기는 대량으로 구입할 때마다 의심의 눈초리를 감수해야 하는 곤혹스런 도구지만요.”

마약꾼의 오해를 무릅쓰고 만든 그의 라인 페이팅 시리즈는 정연한 질서와 분방한 리듬 사이의 긴장이 현저하다. 색색의 페인트는 화면에 주사할 땐 동일하지만 흐르는 과정에서 제 스스로 운동하며 각기 다른 종착점에 도달한다. 파스텔톤 화면 한가운데 커다란 동심원을 그린 서클 페인팅 시리즈도 화면에 페인트를 쏟아부은 후 그것을 공중에서 뒤집어 물감을 떨어뜨리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원하는 형태를 추출해낸 것.

“서클시리즈는 팬케이크를 굽는 과정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밀가루 반죽을 프라이팬에 부은 후 뒤집는 팬케이크처럼 작품도 물감을 붓고 뒤집는 거죠. 저는 작업 아이디어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얻어요. 라인페인팅에 나오는 색들도 사실은 미국 만화 심슨가족에 나오는 색깔들이랍니다.” 언뜻 보면 이우환의 선 시리즈와도 닮아 보이지만, 그는 “이우환의 작업이 과정에서의 제스처를 중시하는 반면 나는 선과 선 사이의 공간을 중시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품값이 비싼 생존작가 데미안 허스트에 대해 묻자 그는 “나랑 친한 선배가 그렇게 유명하다는 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그의 작품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흥미로운 작가예요. 늘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대단한 이슈들을 만들어내죠.” 영국 현대미술이 잘 나가는 이유로 꼽은 건 지정학적 위치.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 모든 영향을 다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는 것. “영국 정부의 미술 지원정책도 큰 영향을 끼쳤어요. 지금은 달라졌지만 저희 때만 해도 생활비와 학비를 정부에서 다 보장해줄 정도로 정부 지원이 많았거든요. 작품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스승들도 많았고.”

20년간의 작업을 대표하는 다벤포트의 시기별 작품 17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1일까지 열린다. (02)720-1524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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