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독일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의 얼굴 모습이 그의 사후 258년 만에 복원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일 라디오방송 도이체 벨레와 일간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인터넷판이 2일 전한 바에 따르면 바흐의 얼굴 재생은 동부 라이프치히에 있는 그의 흉상 건립 100주년을 기념해 바흐와 관련된 유품을 소장하는 박물관 '바흐하우스'가 기획했다.
복원된 바흐의 두상을 보면 인자한 표정의 18세기 그려진 초상화과 비교해 통통하지만 다소 근엄한 모습을 하고 있어 기존의 친숙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바흐의 얼굴 복원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의 두상을 만들어 화제를 불러 일으킨 영국 스코틀랜드의 던디대학에 의뢰해 제작했다.
던디대학의 캐롤라인 윌킨슨 박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컴퓨터 3D 프로그램을 활용해 바흐하우스에 보관돼온 바흐의 두개골에 살과 피부를 붙이는 식으로 그의 얼굴을 재현해 냈다.
바흐의 사망 당시 나이인 65세를 상정해 복원한 두상은 머리 숱이 적고 짧은 백발을 하고 있다.
얼굴은 공인된 초상화 속의 바흐보다 다소 완고해 보이고 다소 심술궂은 인상을 짓고 있어 생경감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흐가 살았을 때 물로 전파되는 역병을 걱정해 머리 감는 것을 극도로 꺼리면서 짧게 머리를 잘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생전에 단 한 차례 초상화를 위해 포즈를 취했다. 라이프치히 화가인 엘리아스 고트로프 하우스만이 그린 초상화는 바흐에 관련된 서적 등을 통해 지금까지 수없이 소개되면서 그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했다.
바흐 박물관의 외르크 한젠 관장은 "18세기의 초상화에서 그는 가발을 쓴 노인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전형적인 스타일의 이미지로 그간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복원된 얼굴에선 조금 엄격한 듯한 인상이 있지만 생전에 건장한 체격에 춤을 추고 노래까지 잘 불렀던 활동적인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초상화보다는 친근감이 많이 간다"고 한젠 관장은 평했다.
바흐의 유골은 1894년 발굴돼 이를 기초로 조각가들이 1908년 그의 흉상을 제작해 설치한 바 있다.
하지만 흉상 경우 초상화에 의존해 제작됐기 때문에 비평가들은 부정확한 점이 많다면서 동시대 다른 독일 작곡가 헨델의 얼굴과 너무 닮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한젠 관장은 "바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아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그를 사랑하고 있으며 이게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바흐의 얼굴은 탄생 323주년을 맞는 오는 21일부터 그의 출생지인 아이제나흐에 위치한 바흐하우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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