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자유투표로 싱거운 승부… 與의원 97% 참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한승수 총리 임명동의안 찬반 표결은 의외로 순탄하게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5일 한 총리를 지명한 뒤 총리 인준을 놓고 여야가 겪은 진통과 갈등에 비하면 이날 투ㆍ개표 과정이나 찬성표가 64.4%에 이른 표결 결과는 싱거울 정도였다.
오후 2시 10분 본회의를 개의한 뒤 인사청문 경과 보고와 무기명 투표, 투표 용지 개표 등 임명동의안 처리 절차를 마치는데는 딱 한 시간이 걸렸다. 임채정 국회의장은 3시 10분 “총리 임명동의안 가결”을 발표했다. 대다수 의원들이 투표를 마치자 마자 본회의장을 빠져 나간 터라 이 때 의석은 텅 비어 있었다.
회의장에선 박수도 야유도 나오지 않았다. 통합민주당이 이날 ‘자유투표 당론’을 정하면서 임명동의안 통과는 이미 예상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소속 의원 141명 중 125명(88.6%)이, 한나라당에선 130명 중 126명(96.9%)이 투표에 참여했다. 한나라당의 투표율이 높은 것은 당 지도부가 표를 강력하게 단속했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총에서 “오늘 일사불란하게 모여 인준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3분의 1이 본회의장에 가지 않거나 하면 집권당 자격이 없다”며 “투표를 했는지 여부를 총선 공천심사위에 보낸다”(강재섭 대표)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는 민주당의 자유투표 약속을 믿지 않는 기류가 강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실제로는 반대 몰표를 던져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거나 가까스로 통과되면 한나라당 책임론이 불거진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총에선 자유투표 당론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총리 인준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나 토론 없이 김효석 원내대표가 “한 총리 흠결이 많지만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들 소신에 맡기겠다”고 했고, 참석한 의원 80여 명이 박수로 의결했다.
민주당이 반대 또는 권고적 반대 당론을 채택해 한 총리를 낙마시킬 경우 “지나친 발목잡기”라는 비판 여론이 일 것 등을 부담스러워 해서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에 큰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대승적 취지에서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했다”며 “하지만 한 총리 인준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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