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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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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입력
2008.03.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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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다 루이즈 헉스터블 지음ㆍ이종인 옮김을유문화사 발행ㆍ304쪽ㆍ2만원

현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의 삶은 한편의 흥미진진한 사이코드라마를 닮았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이나 펜실베니아주의 낙수장 등 건축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 건물을 탄생시킨 이 비범한 인물은 타고난 재능과 시대를 초월하는 통찰력을 지녔으되 불륜과 거짓, 온갖 스캔들로 점철된 사생활을 ‘시대와 불화하는’ 창조적 예술가의 그것으로 포장하는 기술도 천부적이었다.

미국의 저명한 건축비평가 에이다 루이즈 헉스터블이 저술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20세기 건축의 위대한 유산> 은 ‘외톨이 천재’와 ‘후안무치한 괴물’의 두가지 버전으로 존재하는 라이트에 대한 가장 최근의, 더불어 가장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전기이다.

라이트의 삶은 거짓과 함께 시작되었다. 자신의 출생연도를 1867년에서 1869년생으로 고의로 바꿈으로써 매우 젊은 나이에 일찍이 성공을 거둔 유망 건축가로 자리매김했다.

1932년 출간한 자서전에서는 학력을 위스콘신-매디슨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한 것으로 밝혔으나 그의 사후 30년뒤 공개된 ‘라이트 문서보관서’의 각종 문서들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했는지도 불분명하며 대학은 2년여를 청강생으로 다닌 것으로 추정된다.

가난한 이혼여성이지만 아들을 잉태한 순간부터 건축가로 키우겠다고 작정한 어머니 덕에 라이트는 공학과 건축 분야에 관심을 가진 야심찬 젊은이로 성장했고 외삼촌이 있는 시카고에 정착했다.

1880년대 세계 건축실험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시카고는 그가 청운의 꿈을 펼치기에 딱 좋은 장소였다. 열성적인 야심가였던 라이트는 몇몇 설계사무소를 거치면서 타고난 재능을 발현시킬 수 있는 광범위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고 ‘세상과 맞서는 진실’이라는 고유한 사상을 완성시켜갔다.

라이트는 위대한 예술이나 건축물을 내놓는 데는 어떠한 방해물, 어떤 양심의 가책도 방해가 될 수 없다고 믿었다. 세상의 도덕률이나 기존 사상의 잣대에 맞추려는 일체의 노력을 거부했다.

돈 많은 건축주들을 감언이설로 속여서 수시로 돈을 빼낸 것이나 건축상 하자로 빗물이 책상위로 샌다고 불평하는 고객에게 “책상을 옮기시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아이를 여섯이나 둔 조강지처가 엄연히 있는데도 고객의 부인과 눈이 맞아 달아나고 그녀를 위해 집을 짓고 동거하는 파렴치한 행동에도 거침이 없었다.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한 삶은 눈부신 성공과 몰락, 사랑하는 여인이 정신병을 앓고 있던 하인이 휘두른 도끼에 맞고 불살라진 채 죽은 것은 물론 그 자신은 사후 26년만에 마지막 부인의 유언에 따라 무덤에서 꺼내져 화장되는 희대의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는 등 멈추지않는 소용돌이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놀랍도록 관례에서 벗어난 손가락질 당할만한 삶을 살았으나 건물을 완성하기위해서는 그런 음흉함이 필요하기도 했다. … 결국 예술은 진실이며 인간의 진실은 그의 작품속에 들어있다”며 19세기에 태어나 21세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놀라운 천재를 기리고 있다.

을유문화사가 발간하는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 16번째. 책에 수록된 구겐하임미술관을 비롯 낙수장, 존슨 왁스 빌딩, 로비 저택 등 20세기 우수한 건축물 10선에 포함된 라이트의 작품도판 35점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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