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 심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해당 지역에서의 여야 대결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특히 지역색이 엷은 수도권에서는 현역 의원간 격돌이 유독 많고, 상대 당의 중진급과의 한판 승부를 위해 전략적으로 출마 지역을 선택한 경우도 많아 이번 총선에서의 최대 접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빅 매치를 노리는 한나라당 후보들의 도전이 거세다. 수원 영통에서 공천을 받은 박찬숙 의원은 이 지역 통합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의원이 참여정부의 경제ㆍ교육 부총리와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 의원을 향해 “노무현 정권 정책실패의 핵심”이라고 선공에 나서자, 김 의원은 “정책실패의 잣대가 뭐냐”고 반박하는 등 일찌감치 경기지역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상태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민주당 최재천 의원과 서울 성동 갑에서 불꽃튀는 ‘입’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두 의원 모두 지난 해 당 경선 때 대변인을 맡아 거친 입담을 과시한 바 있어 ‘입들의 전쟁’에 대한 승부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도 잇따라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민주당 현역 의원을 제물로 여의도 입성을 노리고 있다. 이 대통령 경선 캠프인 안국포럼에서 핵심으로 활동한 백성운 전 인수위 행정실장은 경기 고양 일산 갑에서 첫 여성총리를 지낸 민주당 한명숙 의원을 상대로 신구 정권간의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당내 경쟁자 없이 단수 후보로 공천에 무혈입성하며 파워를 과시했던 김해수 전 이명박 후보 비서실 부실장은 인천 계양 갑에서 민주당 신학용 의원과, 진성호 전 인수위 전문위원은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민주당 김덕규 의원과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으로는 김선동 당협위원장이 서울 도봉 을에서 민주당 유인태 최고위원과, 뉴라이트의 기수인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도봉 갑에서 민주당 김근태 의원과 이념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에게 도전장을 낸 지역의 한판 대결도 주목을 끌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서울 동대문 을에서 3선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을 상대로 여야 ‘저격수’ 대결을 펼친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경기 고양 일산 을에서 한나라당 중진인 김영선 의원을 상대로 여성 대결을 펼칠 예정이고, 이은영 의원은 서울 용산에서 한나라당 진 영 의원과 맞붙을 태세다.
같은 지역에서 선거 때마다 대결하는 리턴매치도 여러 곳에서 펼쳐질 것이 확실시된다. 서울 서대문 갑에서는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선후배 사이인 한나라당 이성헌 전 의원과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16, 17대에 이어 세번째 대결을 펼치고, 경기 부천 원미 을에서는 한나라당 이사철 전 의원의 공천이 확정되면서 민주당 배기선 의원과 15대 선거부터 내리 4번째 격돌하게 됐다. 경기 평택 갑에서는 재선 경력의 한나라당 원유철 전 의원이 민주당 우제항 의원과 다시 맞붙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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