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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줄소환…'입 열기' 압박 전략/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동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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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줄소환…'입 열기' 압박 전략/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동시 조사

입력
2008.03.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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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 이어 29일 '삼성 2인자'로 불리는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이학수(62) 부회장과 김인주(50) 사장을 피고발인 자격으로 동시에 불러 밤 늦게 귀가시켰다.

다음주 초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출석예정이고, 1차 수사기간이 끝나는 이 달 9일 전에 이 회장과 이 회장 부인 홍라희씨도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최장 105일인 수사기간 중반부터 사법처리 가능성이 거론되는 삼성 핵심 인사들을 줄소환 하는 특검팀의 전략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밤 11시께 귀가하면서 "특검팀의 여러 질문에 충실히 답했다"고 말했다.

또 오후 2시45분께 도착한 김 사장은 12시가 다 돼 귀가했다. 두 사람은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삼성 비자금' 사건의 피고발인으로,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총괄지휘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이 전무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을 주도하고, 검찰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각종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특히 이날 에버랜드 관련 부분은 조 특검이 직접 조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이미 박노빈, 허태학 전ㆍ현직 에버랜드 사장이 배임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까지 유죄가 나오는 등 검찰 수사가 상당히 진척돼 있어 이것 만으로도 즉각 이 회장 기소가 가능하다는 평이 있다.

반면 특검팀의 핵심 수사 대상인 차명계좌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조사는 기초수준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윤정석 특검보는 "두 사람은 피의자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오늘 조사로 마무리 되기는 어렵다"고 말해 추가 소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수사 착수 50여일 만에 시작된 삼성 핵심 임원들의 줄소환은 특검팀 주변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사의'ABC'상 핵심 피의자 소환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적 자료를 확보한 뒤 수사 막바지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재 특검팀은 차명계좌에서 수천억원의 돈은 발견했지만, 삼성 임원들이 대부분 "내 계좌"라고 주장해 이 돈이 어디서 왔는지, 비자금이 맞는지, 정ㆍ관계 로비에 쓰였는지 등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줄소환에 대해 "내용도 없이 핵심 임원을 불러대기만 하는 '외화내빈'수사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특이한 수사 전략은 삼성 측의 강한 저항을 분쇄하려는 고육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차명계좌 수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삼성 핵심 임원 소환은 기소 등 사법처리와는 관계 없는'삼성 압박용'으로 봐야 한다"며 "차명계좌 문제를 일절 '모르쇠'로 일관하는 삼성을 자꾸 흔들다 보면 삼성 측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 자백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50여일간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기초 단서를 확보해 확인도 필요한 만큼 이 회장 등 핵심 인사를 공개소환 하면서 압박을 가하면 삼성도 결국 비자금 일정 부분을 인정하는 식으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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