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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對 국가' 경쟁 넘어 '도시 對 도시' 경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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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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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로폴리스-동북아 허브 전쟁] <1> 동북아 신 삼국지 경쟁"도시도 기업" 빅사이즈라야 규모의 경제'기획서 물류까지' 기능적 연결로 효율성덩치의 中·재생의 日에 비교우위 갖춰야

지난 달 28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丰台)구에 자리한 베이징 남부역. 중국에서 처음 건설되는 고속철도인 베이징-텐진 구간의 시발점인 이 곳은 역사마무리 공사를 끝내고 열차 시범운행 준비가 한창이다.

8월 8일 올림픽 개막 직전에 개통될 이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항구도시 텐진까지 28분만에 갈 수 있게 된다. 우리로 치면 서울과 인천이 고속철도로 연결되는 격이지만, 규모로 보면 서울 인천 경기도 전체 면적의 2배가 넘는, 인구 2,000만명의 거주 지역이 하나의 ‘통근권’으로 묶이는 것이다.

현재 두 도시간 통관절차 일원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 셔우두(首都) 공항-텐진 빈하이신구 국제공항-텐진항으로 이동하는 물류에 대해 각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통관절차를 통합, 두 도시간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베이징시 관계자는 “베이징은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과 금융 중심 도시로 육성하고, 텐진은 빈하이신구를 축으로 첨단산업 육성과 대규모 항만개발을 통해 동북아시아의 물류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국경제의 아이콘인 상하이권도 인근의 15개 도시를 하나로 엮어 메갈로폴리스(초광역경제권)를 만들기 위해 교통망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대도시권 또는 초광역경제권이 되면 부작용은 없는 것일까. 땅값이 올라가고 교통혼잡과 공해도 심해지는데 왜 굳이 사이즈를 키우려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도시도 덩치가 클수록 자본과 기술, 인력의 집적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경쟁력이 더욱 올라간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용규 박사는 “기업처럼 도시도 사이즈가 커야 인구와 자원의 집적 효과도 증가한다”며 “더욱이 지식 및 서비스경제의 발달로 대도시에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가급적 시장과 가까운 곳에 둥지를 틀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어 초광역경제권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산업간 공간 재배치 및 역할분담의 필요성도 메갈로폴리스의 형성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중국의 대표 도시들이 경제의 발달로 단순 제조업은 교외로 돌리고 연구개발과 물류, 금융 등으로 도심의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중국 푸단대 루시옹원 교수는 “중국정부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와 금융 등 첨단산업으로 경제구조를 바꾸면서 주요 경제권역내 난개발을 막고, 도시간 역할분담을 통한 경제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 등 거점 도시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에 따른 장기침체로부터 벗어날 활로를 찾는 한편, 홍콩 상하이 등 다른 아시아 대도시권의 성장으로 도시간 경쟁이 심화하자, 도심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구감소로 대도시권역 내 공간재배치 요구의 증가도 도심 재생사업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국토 교통성 관계자는 “일본의 도시는 이미 성숙해 있어 새 인프라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보다는 기존 인프라를 보다 잘 활용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활동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 즉 상품기획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생산, 금융, 물류 등이 특정지역에 집적되고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박용규 박사는 “정보기술(IT)산업, 전통 제조업, 도시형 서비스 산업은 상호 입지여건이 달라 공간적 분업이 필요하지만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어져야 경쟁력의 원천인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점은 메갈로폴리스가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창의적인 세계의 인재들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메갈로폴리스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대도시권역간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동북아지역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메갈로폴리스를 만드느냐는 화급한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홍익대 황기연 교수는 “메갈로폴리스는 자기권역에서 상품의 기획부터 마지막 물류까지 모든 기능을 아우르는 자기완결성을 갖춰야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며 “한국은 기능적으로 분화되고 네트워크가 잘 이뤄진 수도권 메갈로폴리스를 구축하되, 도쿄나 상하이 메갈로폴리스와는 차별화 전문영역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비교우위를 확보해 기업과 돈, 물자, 인재를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메갈로폴리스(초광역경제권)이란 메갈로폴리스 대도시권들이 경제·문화적으로 네트워크化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는 미국 동북부 보스턴~워싱턴의 대도시권들을 잇는 초거대 도시 권역을 일컫기 위해 1957년 프랑스 지리학자 장 고트망(1915~94)이 사용한 용어다.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즉 대도시권보다 광역의 개념으로, 대도시권들이 지리적으로 밀집해있거나 혹은 네트워크를 구축한 권역을 의미한다.

메갈로폴리스는 중심 대도시권을 주축으로 여러 대도시권이 교통ㆍ통신을 통해 긴밀하게 연계돼 경제, 정치ㆍ사회, 문화적으로 기능이 일체화됨으로써 권역 안에서 자율적으로 존립이 가능한 대도시권 공동체를 의미한다. 통상 중심 대도시권으로부터 출근권(50㎞) 범역을 넘어서 반경 100㎞ 이내 범위에 있는 대도시권들을 포함한다.

메갈로폴리스의 뿌리는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의 아르카디아 남부에 세워진 대도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스어로 크다는 뜻의'메갈로(megalo)'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스(polis)'가 합쳐서 만들어졌다.

도쿄ㆍ오사카=문향란기자 iami@hk.co.kr베이징ㆍ홍콩ㆍ상하이=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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