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 만루에서 고의4구가 가능할까. 한 경기에서 한 타자에게 고의4구 6개가 있을 수 있는 일일까. 프로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할 수 있을까. 만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지만 현실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KIA 이대진(34)이 ‘전설’ 을 29일 공개했다. 이대진이 진흥고 3학년이던 92년 광주일고와 전국대회 광주지역 예선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광주일고는 4-2로 앞선 경기 종반 2사 만루에서 이대진이 나오자 고의4구를 택했다. 광주일고는 이대진을 고의4구로 내보낸 덕분(?)에 4-3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대진의 고의4구 ‘전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전국대회 예선전에서 다시 만난 광주일고는 이대진이 1회말 첫 타석에서 3점 홈런을 치자 나머지 6타석 모두 고의4구 작전을 폈다.
그 해 10월 KIA 전신 해태의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이대진은 오전에는 타자, 오후에는 투수였다. 아침 8시30분에 운동장에 나오면 점심 때까지 타격훈련을 했고, 오후에는 방망이 대신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졌다.
“남들보다 두 배로 하려니 너무 힘들었죠. 그런데 얼마 뒤 쌍방울과의 연습경기 때 4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지자 김응용 감독님이 ‘너 앞으로 투수만 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만일 그 경기에서 못 던졌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가고시마(일본)=최경호 기자 squeez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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