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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값 급등… 유통·제조업체 '원가절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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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값 급등… 유통·제조업체 '원가절감 전쟁'

입력
2008.03.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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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는 지난달 28일 호주 남단의 작은 섬 타즈매니아에서 수입한 소고기를 시중에 선보였다. 그 동안 수입 물량의 100%를 점했던 호주 내륙산에 비해 가격이 부위별로 10~15%정도 싸다. 호주 내륙산은 옥수수, 대두 등을 먹여 키우기 때문에 최근 곡물가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섬 지역 소들은 목초 방목을 한다. 사료비 부담이 거의 없는 셈이다. 롯데마트는 이처럼 저렴한 소고기 산지를 개발하기 위해 일본 유통업체를 수 차례 방문하는 등 최근 1년간 공을 들였다.

유지훈 상품 기획자는 "올 들어 곡물가격 급등으로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유통업체들이 보다 싼 산지를 찾아 세계를 누비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공급이 부족해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밀, 옥수수, 대두 등 곡물가격 상승으로 애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유통 및 식품업체들이 피 말리는 원가 절감 전쟁에 돌입했다. 곡물가 급등은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마진 축소로 이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요 소비층인 주부들은 조금이라도 싼 제품을 찾아 발품을 파는 걸 마다하지 않는 터라,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유통업체들이 원가 절감 전쟁의 첨병으로 내세운 것은 PB(Private Brands) 또는 PL(Private Labels)제품.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의 생산과정에 참여하거나 해외 직소싱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고추장, 즉석밥 등의 PL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동원 F&B와 손잡고 내놓은 '왕후의 밥'은 범 삼성가(家)의 일원인 CJ의 '햇반'과 경쟁 구도를 구축, 원가 절감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세평이 일기도 했다.

이마트는 또 지난해 말 부사장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상품 개발본부를 신설, 현재 1,000억원 수준인 해외 직소싱 규모를 2010년 1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홈 플러스도 지난달 27일 밀가루, 라면 등 6,000여 종의 PB상품 가격을 낮추면서 맞불을 놓았다. 이에 따른 홈 플러스의 연긴 수익 감소 규모는 1,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물가 상승 국면에서의 가격인하는 자충수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제휴사인 테스코 그룹과의 해외 공동 구매 등을 통해 유통 마진을 낮춘다는 복안이다.

식품 제조업체들의 원가 절감 노력도 눈물겹다. CJ제일제당은 밀 가격 급등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소업체와 공동으로 밀 구매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밀 산지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상, 신동방 등은 천연 옥수수가 동이 나자 어쩔 수 없이 유전자 변형(GMO) 옥수수 수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원가 절감 노력에도 불구, 식료품발(發) 물가 상승은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대두를 수입해 두부를 만드는 풀무원 측은 "그 동안 가격 인상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던 유통업체들이 최근 곡물가 상승곡선이 워낙 가파르다 보니 어느 정도의 인상을 수용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 애그플레이션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의 합성어. 곡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을 의미한다. 경제성장 속도가 가파른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주식이 쌀에서 밀, 육류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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