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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로폴리스-동북아 허브 전쟁] <1> 동북아 신 삼국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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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로폴리스-동북아 허브 전쟁] <1> 동북아 신 삼국지 경쟁

입력
2008.03.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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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 '대도시 전쟁' 시작됐다

#1. 지난 달 28일 오전 출근 시간대 홍콩과 중국 선전을 잇는 청콩 고속도로. 번호판을 2개씩(노란색 홍콩와 검은색 선전) 단 차량들이 줄을 잇는다. 이들 차량은 출입국 사무소를 통하지 않고 홍콩과 선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두 도시는 최근 환경, 관광, 의료서비스, 도시계획 등 7개 부문에서 통합을 추진키로 했다. 2020년까지 인구 1,500만명, 총생산 1조1,000억 달러로 뉴욕과 도쿄에 이은 세계 3대 도시권으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이다. 성장한계에 부딪친 홍콩이 중국 상하이권, 베이징권의 무서운 추격을 받자, 몸집 불리기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 홍콩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홍콩 첵랍콕 공항과 선전 공항을 17분에 오갈 수 있는 공항철도를 만들어 사실상 거대한 하나의 공항으로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2. 같은 시각 도쿄 시내 전자상가의 대명사격인 아키하바라(秋葉原). 기존 전자상가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트윈타워 같은 고층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도쿄도(都)의 도심 재생(再生)사업으로 재개발된, 지상 31층과 22층짜리 건물(아키하바라 크로스필드)이다. 한물간 전자상가를 젊은이들이 몰리는 최첨단 정보기술(IT) 메카로 탈바꿈시켜 ‘아키하바라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곳이다. 근처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후지소프트도 들어서 있고, 곳곳에서 빌딩 신축ㆍ리뉴얼 공사가 한창이어서 한 때 침체일로를 걸었던 도쿄 도심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글로벌화로 국경의 울타리가 낮아지면서 대도시권이 국가 경쟁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경제의 급부상으로 동북아에서는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초광역경제권(메갈로폴리스)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앞으로 2~3년내 한중일 3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자본과 인력의 자유이동이 가능한 한나라 안의 세 지역, 한지붕 세 가족으로 변모한다. 신(新)삼국지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각국은 경쟁력있는 메갈로폴리스를 만들기 위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저규제ㆍ저세금과 질좋은 교육 및 의료서비스 제공을 바탕으로 세계최고의 투자환경을 갖춘 메갈로폴리스만이 국내외 기업들을 끌어모아 투자 증가, 일자리창출, 성장, 경상수지 흑자 등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메갈로폴리스를 구축하는 성장 전략을 짜고 있다. 인접지역ㆍ도시와의 통합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한편 메갈로폴리스내 산업간 공간 재배치 및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이들 도시권을 세계적인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베이징과 텐진간 수도권 경제권 통합, 상하이 중심으로 한 창쟝(長江) 경제권의 일체화, 홍콩과 선전의 통합 구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중국과 달리, 이미 교외로의 확장 및 도심쇠퇴 과정을 거친 일본의 대도시권은 도심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매력적인 메갈로폴리스로 거듭나고 있다. 록본기 힐스, 미드타운 등으로 대표되는 도쿄권의 도심 재생 프로젝트는 주거ㆍ업무ㆍ문화 복합 도시공간을 창출함으로써 외국기업과 인재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하고 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도 광역화의 중요성을 인식, 전국을 5대 광역경제권(5+2)으로 묶어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문제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이 도쿄권 상하이권 베이징권을 뛰어넘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홍익대 황기연(도시공학)교수는 “도시도 기업처럼 규모가 커야 경쟁력을 갖는데, 지금의 서울 및 그 주변 몇 개의 위성 도시만으로는 상하이권이나 도쿄권에 비해 턱없이 작아 경쟁이 안된다”며 “금융의 서울, 물류의 인천, 연구개발(R&D)의 대덕연구단지ㆍ행정복합도시까지 하나로 네트워크화하는 초광역경제권을 형성, 동북아 3국의 센터 및 허브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도쿄ㆍ오사카=문향란 기자 iami@hk.co.kr

손재언 기자

■ '국가 對 국가' 경쟁 넘어 '도시 對 도시' 경쟁으로

지난 달 28일 중국 베이징 펑타이(丰台)구에 자리한 베이징 남부역. 중국에서 처음 건설되는 고속철도인 베이징-텐진 구간의 시발점인 이 곳은 역사마무리 공사를 끝내고 열차 시범운행 준비가 한창이다.

8월 8일 올림픽 개막 직전에 개통될 이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항구도시 텐진까지 28분만에 갈 수 있게 된다. 우리로 치면 서울과 인천이 고속철도로 연결되는 격이지만, 규모로 보면 서울 인천 경기도 전체 면적의 2배가 넘는, 인구 2,000만명의 거주 지역이 하나의 ‘통근권’으로 묶이는 것이다.

현재 두 도시간 통관절차 일원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 셔우두(首都) 공항-텐진 빈하이신구 국제공항-텐진항으로 이동하는 물류에 대해 각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통관절차를 통합, 두 도시간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베이징시 관계자는 “베이징은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과 금융 중심 도시로 육성하고, 텐진은 빈하이신구를 축으로 첨단산업 육성과 대규모 항만개발을 통해 동북아시아의 물류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국경제의 아이콘인 상하이권도 인근의 15개 도시를 하나로 엮어 메갈로폴리스(초광역경제권)를 만들기 위해 교통망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대도시권 또는 초광역경제권이 되면 부작용은 없는 것일까. 땅값이 올라가고 교통혼잡과 공해도 심해지는데 왜 굳이 사이즈를 키우려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도시도 덩치가 클수록 자본과 기술, 인력의 집적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경쟁력이 더욱 올라간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용규 박사는 “기업처럼 도시도 사이즈가 커야 인구와 자원의 집적 효과도 증가한다”며 “더욱이 지식 및 서비스경제의 발달로 대도시에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가급적 시장과 가까운 곳에 둥지를 틀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어 초광역경제권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산업간 공간 재배치 및 역할분담의 필요성도 메갈로폴리스의 형성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중국의 대표 도시들이 경제의 발달로 단순 제조업은 교외로 돌리고 연구개발과 물류, 금융 등으로 도심의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사례이다.

중국 푸단대 루시옹원 교수는 “중국정부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와 금융 등 첨단산업으로 경제구조를 바꾸면서 주요 경제권역내 난개발을 막고, 도시간 역할분담을 통한 경제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 등 거점 도시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에 따른 장기침체로부터 벗어날 활로를 찾는 한편, 홍콩 상하이 등 다른 아시아 대도시권의 성장으로 도시간 경쟁이 심화하자, 도심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구감소로 대도시권역 내 공간재배치 요구의 증가도 도심 재생사업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국토 교통성 관계자는 “일본의 도시는 이미 성숙해 있어 새 인프라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보다는 기존 인프라를 보다 잘 활용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활동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 즉 상품기획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생산, 금융, 물류 등이 특정지역에 집적되고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박용규 박사는 “정보기술(IT)산업, 전통 제조업, 도시형 서비스 산업은 상호 입지여건이 달라 공간적 분업이 필요하지만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어져야 경쟁력의 원천인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점은 메갈로폴리스가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창의적인 세계의 인재들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메갈로폴리스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대도시권역간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동북아지역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메갈로폴리스를 만드느냐는 화급한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홍익대 황기연 교수는 “메갈로폴리스는 자기권역에서 상품의 기획부터 마지막 물류까지 모든 기능을 아우르는 자기완결성을 갖춰야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며 “한국은 기능적으로 분화되고 네트워크가 잘 이뤄진 수도권 메갈로폴리스를 구축하되, 도쿄나 상하이 메갈로폴리스와는 차별화 전문영역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비교우위를 확보해 기업과 돈, 물자, 인재를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메갈로폴리스(초광역경제권)이란 메갈로폴리스 대도시권들이 경제·문화적으로 네트워크化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는 미국 동북부 보스턴~워싱턴의 대도시권들을 잇는 초거대 도시 권역을 일컫기 위해 1957년 프랑스 지리학자 장 고트망(1915~94)이 사용한 용어다.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즉 대도시권보다 광역의 개념으로, 대도시권들이 지리적으로 밀집해있거나 혹은 네트워크를 구축한 권역을 의미한다.

메갈로폴리스는 중심 대도시권을 주축으로 여러 대도시권이 교통ㆍ통신을 통해 긴밀하게 연계돼 경제, 정치ㆍ사회, 문화적으로 기능이 일체화됨으로써 권역 안에서 자율적으로 존립이 가능한 대도시권 공동체를 의미한다. 통상 중심 대도시권으로부터 출근권(50㎞) 범역을 넘어서 반경 100㎞ 이내 범위에 있는 대도시권들을 포함한다.

메갈로폴리스의 뿌리는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의 아르카디아 남부에 세워진 대도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스어로 크다는 뜻의'메갈로(megalo)'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스(polis)'가 합쳐서 만들어졌다.

도쿄ㆍ오사카=문향란기자 iami@hk.co.kr베이징ㆍ홍콩ㆍ상하이=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 동북아 거점 전망

“앞으로 30년 안에 도쿄나 상하이, 뭄바이(인도)가 세계적인 상업적 체제의 거점(도시)이 될 것 같지 않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은 지난 해 번역 출간된 ‘미래의 물결’(사진)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인류가 상업적 체제(자본주의)를 이루며 사는 동안 그 중심지 역할을 하는 ‘거점’은 계속 이동했다며 지금까지 모두 아홉 번의 거점이동이 있었으며, 앞으로 열번째 도시로의 거점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즉 13세기 벨기에의 소도시인 부르게(1200~1350)를 시작으로 베네치아(1350~1500), 앤트워프(1500~1560), 제노바(1560~1620), 암스테르담(1620~1788), 런던(1788~1890) 등 유럽의 도시에 안착했던 ‘거점’은 19세기 후반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의 보스턴(1890~1929), 뉴욕(1929~1980)을 거쳐 9번째로 로스앤젤레스(1980~현재)에 둥지를 틀었다는 것.

아탈리는 현재 세계의 중심이 태평양으로 이동 중이며, 앞으로 아시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로스앤젤레스의 뒤를 이어 아시아의 도시들이 상업적 체제의 10번째 거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멕시코에 가까운 캘리포니아주 태평양 연안의 어느 곳이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도쿄에 대해 극히 비관적이다. 1980년대 눈 앞으로 다가온 거점이 될 기회를 잡지 못했듯이 2030년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 확대는 일본이 추구하는 이상향이 아니어서 재능있는 외국인들을 불러들이는데 실패할 것으로 판단한다.

2030년 무렵 경제 대국 1,2위를 다투게 될 중국의 상하이나, 인도의 뭄바이에 대해서도 도시기반과 사회적 인프라 미비, 극심한 빈부격차에 따른 정정불안을 이유로 앞으로 30년 안에는 열번째 거점이 되려는 시도를 할 여유조차 없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아니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메갈로폴리스는 어떨까. 아탈리는 한국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세계를 지배한 상업적 체제의 거점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유로, 제조업을 통한 이익 대신 관료들의 이익을 우선시 했고, 해양산업을 소홀히 했으며, 창조적 계급(예술가 엔지니어 과학자 등을 말함)을 키우거나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데 실패한 탓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한국이 동북아 관문이 되려면 외국의 인재를 받아들이는 등 개방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국의 동북아 물류 허브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북통일을 전제로 현실적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금융허브는 사실상 물류허브보다 훨씬 요원해 보인다고 지적한다. 서울은 우선 도쿄, 홍콩, 상하이 등 기존 금융 중심지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뿐 아니라, 금융거래의 투명성, 부패방지를 타파하기 위해 보다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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