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발언 파장이 간단치 않다. 박 위원장이 솔선수범과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 대상이 당의 지도급 인사들 뿐 아니라 호남지역의 거물급 공천 신청자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총선기획단 핵심관계자는 29일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 대해선 어느 지역보다 높은 도덕적ㆍ정치적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염치없는 호남 러시 경향에 대한 비판적인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이나 취약지인 영남권 등을 외면한 채 연고를 앞세워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을 찾은 경우라면 이들을 곱게 봐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기류에는 공천 신청 결과에 대한 답답함과 분노가 깔려 있다. 전국 243개 지역구 중 30%(72곳)엔 신청자가 아예 없고, 특히 영남권은 68개 지역구를 통틀어 신청자가 9명에 불과하다. 수도권과 충청권도 절반 가까이는 경쟁자 없는 '무주공산'이다. 반면 광주(8.3대 1)와 전북(6.8대 1), 전남(5.3대 1)에는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염치없는 호남행(行)은 크게 세 부류로 거론된다. 우선 이전에는 수도권을 노리다가 이번에 낙향한 경우다. 김경재 장성민 전 의원, 유종필 대변인, 박상철 경기대 교수, 김진관 전 제주지검장 등은 모두 17대에서 수도권에 출마했었다. 형제지간인 양재호 전 양천구청장과 양재원 소프트웨어공제조합 전무이사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다음은 당의 배려로 국회에 입성했던 비례대표 의원이 격전지ㆍ취약지를 외면한 경우다. 김재홍(전북 익산갑) 의원과 장복심(전남 순천) 의원이 그렇다. 당내에선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에게 도전한 민병두(서울 동대문 을) 의원과 이들을 비교하는 얘기들이 많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공과를 정당하게 심판받겠다면서 정작 수도권 대신 연고지를 택한 이들도 마찬가지다. 박지원(전남 목포) 전 문광부 장관과 신건(전북 전주 덕진) 전 국정원장은 누가 뭐래도 국민의 정부의 실세였다.
장병완(광주 북갑) 전 예산처 장관, 이용섭(광주 광산) 전 행자부 장관, 윤승용(전북 익산을) 전 홍보수석 등은 참여정부의 수혜자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텃밭을 가꾸고 있다.
총선기획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호남의 공천 결과가 민주당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출마지역 선택은 본인의 자유지만 적절성 여부는 평가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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