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한 고소ㆍ고발 취하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취하를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좀체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BBK 사건을 걸어 고소ㆍ고발한 민주당 인사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김종률, 박영선, 정봉주 의원 등이다.
한나라당은 28일 이들에 대한 고소ㆍ고발을 취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기회에 흑색 선전이 판치는 선거 풍토를 바로 잡기 위해 짚을 것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특검 조사를 받았다"는 등의 논리를 들었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 "민주당이 고소ㆍ고발 취하와 한승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을 맞바꾸려 한다"고 몰아 붙였다. '밀실 거래설'을 부각시킴으로써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 작업을 지연시키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키우고 야권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민주당이 BBK 관련 고소ㆍ고발자들의 면책을 위해 강공모드로 돌아서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더 이상의 정치 공세는 족쇄가 될 것이니 새 정부 구성에 협조 모드로 돌아 서라"고 촉구했다.
김대은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이 대선 때 대 국민 사기극을 연출해 처벌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명하기 위해 총리 인준을 이용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대역죄"라고 비판했다.
통합민주당은 이날 공개적으로 고소ㆍ고발 취하를 요구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청와대와 한나라당 고소ㆍ고발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강경 방침을 언론에 흘린 것은 잘못된 장관 인사로 휘청거리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 정치공세이며 보복정치"라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또 "대선에 승리한 쪽이 패배한 쪽에 권력을 이용해 정치보복을 가하는 것은 1971년 박정희 정부가 검찰을 통해 김대중 후보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선병렬 의원은 "보통 대선이 끝나면 이긴 쪽이 진 쪽에 화해를 청하는 방식으로 고소ㆍ고발을 취하했는데, 한나라당이 정동영 전 대선후보에 대한 검찰 소환을 요구하는 것은 신(新) 공안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고, 김종률 의원도 "총선을 앞둔 고소ㆍ고발은 다분히 정략적"이라고 비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