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 소비 실종…'日 잃어버린 10년' 전철 밟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 소비 실종…'日 잃어버린 10년' 전철 밟나

입력
2008.02.28 15:11
0 0

미국 부시행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내놓았던 세금환급정책이 예상치 못한 부메랑에 직면하고 있다. 돌아가는 꼴이 꼭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 때 같다는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부시행정부가 제시한 경기부양책은 총 1,680억 달러의 재정을 쏟아 부어 5월부터 미국인 1억3,000만명에게 가구당 300~1,200달러씩 세금을 돌려 준다는 것이 골자. 세금환급으로 가처분소득이 늘었으니 미국인들이 이 돈으로 소비를 하면 그만큼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가정이었다.

사실 미국경기의 열쇠는 소비에 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만 살아나준다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야기된 경기하강기류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엄청난 재정적자 악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부시행정부가 또다시 감세(세금환급)카드를 꺼낸 것은 그만큼 소비진작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감세카드의 실효성이 기본전제부터 흔들리고 있다. 돌려받은 세금이 소비에 쓰일 지가 매우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미국인들이 벌써부터 환급받은 돈을 소비 대신, 저축이나 빚을 갚는데 쓰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진작은 물건너가고, 재정적자만 불어나게 된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LA타임스와 공동으로 최근 미국인 1,408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8%만 “환급세금을 소비에 쓸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3분의 1 가량은 “채무를 갚는 데 쓰겠다”고 밝혔고, 나머지는 “저축을 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앞서 최근 로이터통신과 조그비의 공동 조사에서도 세금을 돌려받으면 빚을 갚거나 저축하겠다는 응답이 거의 50%에 달했고 투자은행 HSBC가 이달초 공개한 자료에서도 미국인 5명 중 4명이 “올해 저축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경제가 원인은 물론, 처방에서도 일본의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의 실패를 되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원인. 뉴욕타임스(NYT)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미국의 모습이 90년대 일본과 매우 닮았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악성 대출이 쌓이면서 금융시장의 문제가 소비 둔화와 고용 감소를 통해 실물 경제로 번져 경기 전반을 침체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돈을 쥐어줘 소비를 살리겠다’는 처방도 과거 일본의 실패를 연상시킨다. 99년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민간의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 관건이라고 판단, ‘고향쿠폰’으로 이름 붙인 상품권을 국민 3,500만명에게 1인당 2만엔 어치씩(총 7,000억엔 규모) 나눠줬다.

‘직접 현금을 줄 경우 그대로 저축할 가능성이 높다’는 ‘치밀한(?)’ 계산까지 거친 조치였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다시 바꿔 저축해 버렸다. 결국 정부가 기대한 소비진작 효과는커녕, 상품권 할인업을 하던 사채업자와 야쿠자만 배불렸다는 조롱과 함께 재정 부담은 그대로 국민에게 되돌아갔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원은 “미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비관론자들은 일시적인 소득증가가 당장 소비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프리드만의 ‘항상소득가설’에 근거해 세금환급책을 비판하고 있다”며 “한국이나 미국 모두 건실한 소비가 관건이지만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