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어떡하겠습니까.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한통운 인수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STX그룹의 이종철(55) 부회장. 그는 STX그룹이 올 1월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업계에서도 STX그룹의 '아쉬움'에 고개를 끄덕인다. STX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금호아시아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피인수기업 고용승계, 인수기업 도덕성 및 경영능력 등 비가격적인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비록 대한통운을 가져오지 못했지만, 멀리 보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좋은 경험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낙관적인 생각은 그의 이력서에서 묻어 나온다.
그는 섬(연평도)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온 집안의 도움으로 법대를 가까스로 졸업했지만, 사법고시 도전은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첫 직장인 삼보증권(현 대우증권 전신)을 2년간 다니다 입사한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해운 분야의 영업환경이 활동적이고 낙관적인 그의 스타일과 딱 맞아떨어진 탓에 그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범양상선이 STX그룹에 인수됐던 2004년에는 STX팬오션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통상적으로 법정관리 기업의 경영진들은 회사가 새 주인을 만나면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난다. 인수기업에서 이미 능력을 인정 받는 '점령군'이 대신 자리를 차지해서다.
"제가 STX에 몸담고 있어서가 아니라, 능력만 있다면 누구라도 발탁하는 인사 시스템이 지금의 STX그룹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부회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는 해운과 지주 부문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M&A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강조한다. '샐러리맨의 꿈'으로 불리는 강덕수 회장의 '경영 코드'와 딱 맞는 셈. 새로운 성장 신화를 써가고 있는 STX에서 그의 활동을 주목된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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