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적자 序曲 우려… 경상수지 쇼크 원인·전망외국인 배당·유학경비 송금 줄줄이 대기외환위기 후 첫 1~4月 연속적자 빨간불
‘어느 것 하나 밝은 게 없다. 회색빛 내지 짙은 어둠이 우리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성장률도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한 6~7%는커녕 4%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1월 경상수지마저 환란이후 최대 규모인 2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제살리기를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새 정부가 출발선부터 혹독한 장애물을 만나 시련을 겪고 있는 셈이다.
우리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경상수지의 경우 ‘당분간 적자기조는 피할 수 없다’ ‘뾰족한 해결책도 없다’ 등의 우울한 전망이 많아 새 정부 경제운용에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데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상품 수출ㆍ입을 가감한 상품수지가 지난달보다 무려 14억 달러나 떨어진 데는 비싸게 들여오는 유가가 절대적이었다. 올 1월 원유도입 단가는 배럴당 89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3달러나 뛰었다.
원유수입 비용이 41억달러에서 73억달러로, 32억달러나 증가하다보니 수출쪽에서 아무리 선방한다고 해도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이상현 한은 국제수지팀 차장은 “유가가 작년 1월 수준을 유지했다고 가정한다면 경상수지는 오히려 6억달러 정도의 흑자를 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소박한 기대일뿐, 유가는 2월 들어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문제는 이제 겨우 장기 적자행진의 서막을 열었을 뿐이라는 점이다.
1월 서비스수지 적자액 20억7,000만달러는 1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종전 최고치는 유학연수비와 해외여행이 집중되는 작년 8월의 24억5,000만달러였다. 여름 못지않게 겨울에도 해외여행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국내 곳곳의 아우성에도 아랑곳 않고 해외여행의 씀씀이는 더욱 커지는 있다. 지난해에도 1,2월 두달 간의 서비스수지 적자액(44억9,000만달러)이 7,8월(41억3,000만달러)보다 많았는데 올 설 연휴가 상대적으로 길었다는 점에서 2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1월보다 훨씬 클 게 뻔하다. 2월 경상수지도 대규모 적자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불 보듯 뻔해지고 있다.
3,4월은 통상 외국인 주식투자 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시기여서 적자가 많다. 지난해도 3월(20억9,000만달러)과 4월(20억달러) 소득수지가 적자였다. 올해도 이 정도의 배당송금을 예상한다면 역시 적자를 면할 수 없다.
1월부터 4월까지 연속적인 적자행진이 이어질 공산인데 이는 97년 이후 처음 생기는 일이다. 잠시 숨을 돌릴 만 하면 해외여행의 연중 최대성수기이자 해외유학ㆍ연수경비 송금이 집중되는 7,8월이 코앞이라는 점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원유와 각종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이같은 악재까지 겹치게 되면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한은이 당초 전망한 30억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마땅한 해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침체 우려로 해외 수요도 점점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원인인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당분간 경상수지 적자 추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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