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패색이 짙어지자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경선 초반 힐러리 의원 선거운동의 ‘보배’로 통했으나 최근에는 역효과를 우려해 유세는 다니되 언론에 노출되는 일을 삼가고 있다.
이를 두고 미 언론에서는 “‘큰 개(The Big Dog)’가 조용해 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목에 줄이 매어졌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재임기간 동안의 부정적 기억이 되살아 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7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권자 사이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볼 때 마다 (부적절한 관계에 있던) 모니카 르윈스키가 떠오른다”거나 “클린턴 부부가 또 다시 백악관을 장악하는 것이 과연 미국을 위한 길인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앞두고 인종 갈등을 촉발하며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공격한 이후, 힐러리 의원에 대한 흑인들의 지지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위축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CBS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 때문에 힐러리 의원을 뽑겠다’고 답한 유권자는 22%로 지난해 12월(44%)의 절반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7%에 그쳤던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는 20%대로 크게 높아졌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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