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ㆍ불ㆍ도(儒ㆍ佛ㆍ道)와 기독교 등 동서양의 종교를 두루 회통하고 독창적인 해석을 한 유영모ㆍ함석헌의 씨알사상이 세계에 소개된다.
7월30일부터 8월5일까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국내외 3,000여명의 철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릴 제22회 세계철학대회 특별세션을 통해 두 사람의 사상이 발표된다. 두 사람의 사상은 동서양의 정신문화를 융합한 한국인의 독자적인 사상체계로 세계인의 주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다석(多夕) 유영모(柳永模ㆍ1890~1981)는 일제 때 오산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남강 이승훈에게 기독교를 전했고, 북한산 기슭에서 농사를 지으며 동서양의 종교를 깊이 연구한 사상가이다.
그는 52세 때 개체의식이 깨어지고 하나님의 뜻을 자신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깨달음을 경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위주의 시절 민주화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사상가 함석헌(咸錫憲ㆍ1901~1989)은 오산학교에서 유영모와 사제 관계를 맺은 후 그의 사상을 배우고 실천했다.
씨알이라는 말은 함석헌에 의해 1970년 창간된 <씨알의 소리> 등을 통해 70년대와 80년대 민주화투쟁과정에서 친숙해졌다. 함석헌은 유영모에게서 유교의 고전인 <대학> 을 공부하면서 씨알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배웠다고 한다. 씨알사상에 대해 박영호 다석학회 고문은 “유영모는 사람을 가리키는 씨알을 두 가지 뜻으로 썼다. 대학> 씨알의>
하나는 하느님의 씨(아들)이고, 또 하나는 평민(서민)의 뜻이다. 함석헌은 주로 후자의 뜻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영모의 핵심은 오히려 하나님의 씨에 있었다”고 밝혔다. 진리와 사랑, 자유와 평등을 일치시킨 것이 씨알정신이고 씨알사상의 핵심이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씨알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창립한 재단법인 씨알(이사장 김원호)에 따르면 ‘동서문명의 만남과 철학’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계철학대회에서 20여명의 국내 학자들이 이틀에 걸쳐 사상, 종교, 생명ㆍ평화ㆍ교육 등 세 분야로 나눠 유영모와 함석헌에 대해 발표한다.
정대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씨알:誠的 지향성의 주체’, 영국에서 유영모의 철학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윤정현 성공회대 교수가 ‘다석 유영모의 그리스도 이해’, 이정배 감신대 교수가 ‘천부경을 통해본 동학과 다석의 기독교 이해’를 발표한다. 이외에 김영호 인하대 명예교수, 김혜암 코넬대 교수,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 김상봉 전남대 교수 등도 씨알사상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씨알사상을 세계에 소개하는 의미에 대해 씨알사상연구소 소장 박재순 목사는 ‘씨알사상은 서구문화의 핵심인 기독교정신과 과학정신이 동양의 정신문화와 만나서 형성된 세계평화철학이며 그 사상은 유영모ㆍ함석헌 두 사람의 삶과 정신으로 표현됐다“면서 “동양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철학대회를 통해 두 사람의 사상을 소개, 세계의 정신, 사상계에서 두고두고 연구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상 한국외대 교수는 “한국에서 철학자들은 대개 칸트, 헤겔 등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며, 한국철학사에는 우리말로 철학을 한 사람이 다산 정약용 이후에는 없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유영모 선생처럼 우리말로 철학을 한 사람이 진정한 철학자”라고 말했다.
한편 씨알재단은 세계철학대회 외에도 올 한해 다양한 행사를 통해 씨알사상을 일반에 얼릴 계획이다. 3월 11일에는 종교계 생명평화운동 활동가와 문예인들이 함께 하는 ‘씨알생명평화 문화제’, 5월에는 ‘씨알사상포럼’ 을 개최한다. 7월에는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유영모ㆍ함석헌 생명평화축제’를 열고, 12월에는 씨알사상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발굴해 시상하는 씨알상을 제정할 예정이다.
■ 씨알사상 - 서구문화의 핵심인 기독교정신과 과학정신이 동양의 정신문화와 만나서 형성된 세계평화철학이며 그 사상은 사제지간인 유영모^함석헌의 삶과 정신으로 표현됐다. 진리와 사랑, 자유와 평등을 일치시킨 것이 씨알정신이고 씨알사상의 핵심이다. 씨알은‘하느님의 아들’‘평민’을 말하는데 함석헌은 주로 후자의 뜻으로 썼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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