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교수 강의평가 결과 실명 공개를 주도해 동국대는 물론 대학가에 파장을 낳고 있는 오영교(59) 동국대 총장은 27일 교수 반발 움직임에 대해 “명분 없는 흠집내기”라고 일축했다. 오 총장은 “(일부 고득점자만 공개하는 식으로) 평가결과를 두루뭉술 하게 알리는 것은 진정한 정보공개가 아니며, 시장(학교)에서 수요자(학생)는 충분한 정보로 좋은 강의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공급자(교수)는 냉정한 평가를 받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 강의평가 결과에서 교수 전원의 실명을 공개한 이유는.
“교수들이 ‘인기영합주의’라고 비난과 공격을 할 줄 알면서도 강행했다. 욕을 먹으면서까지 한 것은 강의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학생들에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좋은 강의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교수들은 동료 교수들과 비교해 자신의 강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깨닫게 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교수 실적평가에도 반영하지 않은 탓에 강의평가 자체가 유명무실했다.”
-강의평가 결과를 통해 본 강의 실태는 어떤가.
“200점 만점에 평균이 160점 대로 낮은 편이다. 적어도 170점은 돼야 한다. 우리 교수들 강의를 보면 ‘태고적’ 강의 노트로 강의 내용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결국 학생이다. 교수는 강의 시장에서 강의를 만드는 공급자다. 고객 중심의 경영 원리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교수들은 강의평가 항목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강의의 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시비 걸기에, 흠집내기다. 10년 동안 강의평가위원회에서 교수들에게 평가항목에 대한 의견을 내도록 했지만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의 제기라니…. 어떤 점이 잘못됐다고 구체적으로 건설적인 의견을 낸다면 100% 받아들이겠다. 평가지표를 100%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만들 순 없다. 이번에도 학생들이 감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D, F 학점 학생들은 반영하지 않았다.”
-'교수 연봉제도, 강의평가 전면공개, 상시 정원 관리시스템'은 철저한 '경쟁 체제'를 의미한다. "상아탑이 무한 경쟁 지대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립대의 경우 사회적 수요가 없는 학과를 운영하긴 어렵다. 올해부터 상시 정원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체 정원의 10%를 제외해 단과대별 경쟁률, 학생 잔여율, 대학원생 수, 강의평가 등이 주요 지표다. 성적이 좋은 과는 정원을 늘려주고, 나쁜 과는 줄인다. 몇 년 후면 인문학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기초학문을 제외하곤 아예 없어지는 학과가 생길 것이다.”
-고려대는 연구교수 강의교수 전담반을 둬 연구와 강의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복안은.
“우리 학교는 이미 강의, 연구 전담 교수제를 두고 있다. 교수들이 정년 및 승진 심사에서 강의 및 연구 교수 평가지표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 교수는 논문 편수로, 강의 교수는 강의 시간이 잣대가 된다.”
-개혁 전도사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 1년 동안 대학을 경영하며 느낀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난 1년간 겪어보니) 학교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 안주가 문제다. 교수들은 마치 초헌법기관처럼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존경 받기 만을 원한다. 누구도 비판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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