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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기준은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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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기준은 진화한다

입력
2008.02.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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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인 김성이씨가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청소년보호위원장이 되었을 때 그가 전두환 정권에서 '정화사업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는 사실은 거론되지 않았다. 대신 청소년 비행문제 전문가로 연구와 사회참여를 고루 해온 학자라는 호평만 받았다.

그런데 왜 지금은 문제가 될까. 김대중 정부가 김종필씨의 자민련에 힘입어 탄생한 한계가 있고 당시 청소년보호위원장이 1급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지난 10년을 거치며 국민들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흘려 넘어갈 논문의 중복게재도 이제는 참아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총리 내정자인 한승수씨에 대해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노무현 정부에서 유엔사무총장 특사를 멀쩡하게 잘 지냈는데 왜 새삼 문제를 삼느냐고 한다면 이에 대해서도 대답은 같다. 공직자들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다.

■ 법 준수는 최소한의 조건

공직자라면 법을 지키는 것은 최소한의 조건이고 그 위에 도덕적으로 올발라야 할 테고, 자기 직분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더 나아가 미래를 위한 혜안을 갖추어야 한다. 돈이 많고 적고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그건 한나라당 입장과 같다. 대신 네 가지 조건 가운데 적어도 세 가지는 필수이다.

노동부 장관을 하겠다며 기업측 입장을 편드는 사람이라면 부동산 투기 문제가 없다 해도 자격미달이다. 각료회의는 대통령 말에 '받들어 총'을 하는 곳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저마다 다른 이해관계를 대변해서 정부 정책을 대신 조율하는 자리이다.

그러니 자기가 맡은 부서에 대한 전문성도, 이해관계도 파악하지 못하는 국무위원이 올 자리가 아니다. 하물며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고 법까지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면 얼씬도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뒤늦었지만 문제 많은 통일부와 환경부 장관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기로 한 것은 잘된 일이다. 그러나 문제 많은 3명을 자진사퇴라는 이름 아래 물러나게 하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가 인사 파문을 봉합하려 한다면 여론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청문회에서 드러났듯이 노동부 장관 내정자인 이영희씨는 허위 경력을 제출했는가 하면 노동자보다는 기업가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편이다. 부동산 문제도 깔끔하지가 않아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 행정자치부 장관 내정자인 원세훈씨는 아들의 특혜성 군복무가 말썽이다.

그에 대해 거짓 변명을 일삼는 원씨 자체의 문제는 더욱 크다. 문화부 장관 내정자인 유인촌씨는 일본 국채를 산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내가 성악교육자로서 불법적인 음성과외를 했는지를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김성이씨가 경기 가평과 충북 충주에 부동산을 산 것이 투기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무엇보다 80년에 국보위 위원을 한 사람이 21세기에 총리 자격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총리 자격은 인수위원장 자격과는 완전히 다르다.

■ 다른 내정자도 끝까지 밝혀야

너무도 여럿이 한꺼번에 문제가 있으니 높아졌던 기준이 다시 떨어질까 봐 걱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늘상 외치는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도덕적인 기준이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장관이 부패하면 아래 사람의 부패를 다잡을 수 없으며 공무원이 부패하면 나라가 절대로 바르게 돌아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법을 지키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장관을 뽑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유일하게 흠집있는 사람이라는 정신으로 끝까지 밝혀야 한다.

흠집 난 사람 뒤에 온 사람은 깐깐한 조사를 피해갈 수 있는, 그런 심정적 동조도 있을 수 없다. 새로운 정부의 구성이 아무리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된 내정자를 내놓지 못하는 한 정부나 여당은 엄격한 자질시비를 야당의 트집잡기로 비판할 수 없다.

깨끗하고 자질있는 사람 15명도 추려내지 못할 정도라면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을 경영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제발 분발하기 바란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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