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준 앞두고 또 다른 '제물' 요구 가능성장관 4명이나 사퇴… 여론 변화 여부가 변수
통합민주당의 사퇴 요구를 받아온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끝내 사퇴하면서 29일로 예정된 한승수 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민주당의 태도 변화 여부에 달린 문제다.
민주당은 이날 두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면서도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종필 대변인은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가 잘못 가면 야당은 국민과 함께 발목을 잡아 올바른 길로 안내할 것”이라며 “지금 청문회가 진행 중이지만 의혹에 휩싸인 후보자들은 스스로 거취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최재성 원내대변인도 “황당한 인선으로 국민에게 상실감을 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직접 소명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선 “민주당이 또 다른 떡을 달라고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나경원 대변인이 두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 “향후 공직 인사에서는 검증 시스템을 엄격히 가동시켜 국민이 만족하는 인선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야당은 더 이상 의혹 부풀리기나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날을 세운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은 27일 실시된 청문회 등을 통해 김성이 복지복지부, 이영희 노동부, 이윤호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 등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했다. 때문에 또 다른 후보자를 제물로 삼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서 29일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또다시 걸고 넘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29일 동의안 처리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을 물고 늘어짐으로써 총선을 앞두고 짭짤한 포인트를 거둔 야당으로선 “좀 더”라는 욕심을 낼 만하다. 지금까진 실(失)보단 득(得)이 많았다.
하지만 여론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는 게 변수다. “야당의 발목잡기가 좀 심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라도 하면 그간 벌어놓은 점수는 한꺼번에 날아간다.
지금까지는 한나라당의 ‘발목잡기’ 주장보다 민주당의 “부적격 장관 후보자는 사퇴시켜야 한다”쪽에 여론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하지만 두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마당에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측은 이날 “민주당이 임명동의안 처리와 대선 당시 BBK 관련 고소 고발 취하를 거래하려 한다”는 내용을 흘리기 시작했다. 여당의 총리 인준 지연 배경에는 총선 전략뿐 아니라 불순한 목적까지 담겨 있다는 얘기다.
결국 29일 임명동의안 처리 향배는 여론 동향을 살피며 고(go)와 스톱(stop)사이에서 고심 중인 민주당 지도부의 최종 판단에 달린 셈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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