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과 복합부위 증후군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을 ‘이식형 약물 주입 시스템’(SPIIS)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병원 통증센터 이상철ㆍ김용철 교수팀은 “14일 아시아 최초로 SPIIS 시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시술은 위암으로 인한 통증으로 고통받던 주모(45)씨와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 강모(45ㆍ남)씨에게 이뤄졌다. 주씨는 1시간마다 찾아오는 격심한 복부 통증으로 인해 마약성 진통제를 먹고 주사를 맞았지만 그때뿐, 약 기운이 떨어지면 다시 통증으로 견딜 수 없는 상태였으나 SPIIS를 몸 속에 심는 시술을 받고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SPIIS 시술은 그동안 먹는 약이나 주사로 효과적 치료가 불가능했던 만성 난치성 통증 환자, 특히 3개월 이상 살 수 있는 암성 통증과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에게 주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암성 통증은 항암요법을 받는 환자의 30%, 3기 이상 진행 암 환자의 70%가 겪는다.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은 반복적인 외상 등으로 인해 신체의 말단 부위에 발작적 혹은 지속적으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이질통(붓 등에 살짝 닿기만 해도 통증을 느낌), 통각 과민(통증에 대한 과민 반응), 작열통(불에 타는 듯한 통증), 이상 발한, 국소 피부 변화, 운동장애 등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도 다양하다.
먹는 약이나 주사용 진통제만으로는 이들 통증을 해소하기 어렵다. SPIIS를 이용한 통증 치료법은 이럴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치료는 약물을 저장하는 펌프(지름 7㎝, 두께 1㎝)와 얇고 부드러운 관으로 구성된 장치를 척수강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약효는 보통 3개월간 유지되고 약물 종류와 용량은 환자 상태에 맞춰 의사가 처방하도록 돼 있다. SPIIS는 미국 유럽 등 의료선진국에서 이미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됐다.
이 치료법은 먹는 진통제(모르핀)보다 1/300 정도의 훨씬 적은 양으로도 더 큰 진통 효과를 볼 수 있다. 먹는 진통제는 소화기관 점막을 통해 혈관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투약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약효가 나타나고 약효도 오래 지속되지 않지만, SPIIS 시술은 우리 몸 신경계의 중추인 척수강에 심은 약물주입기로 진통제를 투여하기 때문에 약물이 서서히 방출돼 약효가 장시간 지속된다.
이 교수는 “이 시스템은 몸 속에 이식하기 때문에 목욕 등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없다”며 “환자는 시술한 뒤 3개월에 한 번 정도 병원을 방문해 약물을 보충하면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호스피스 치료 중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병원을 자주 찾아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5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 흠이다.
권대익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