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 부서도~소죽도 어장 3.6ha 청소15년 이상 연작해 찌꺼기 등 퇴적층만 1m
전남 여수시가 해상 가두리 양식장을 본격적으로 청소하기로 했다.
가두리 양식장 대부분이 15년 이상 장기연작(이어짓기)으로 인해 어장 밑바닥에 사료찌꺼기와 배설물 등이 최고 1m 가량 쌓이면서 어장 자정능력과 어업 생산성 저하는 물론, 양식장 주변 해양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죽음의 어장’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27일 경호동 부서도와 소죽도 사이의 해상 가두리 양식장 3.6㏊를 시범 청소대상으로 선정, 오염 퇴적물량 등 어장 환경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국비 등 9억4,000여만원을 투입, 내달부터 잠수사와 어장정화선을 동원해 가두리 양식어장 바닥에 침적된 폐어구 등 가연성 오폐물과 사료찌꺼기 등 퇴적물을 수거하고 바닥갈이를 실시할 예정이다.
시가 이처럼 연안어장이 아닌 어업권이 밀집된 가두리 양식장 청소에 나선 데에는 무엇보다 장기연작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어장의 ‘바닥청소’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양식장이 바다를 망치는 한 원인으로 떠올랐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여수지역 해상 가두리 양식장(전체 면적 222㏊)의 경우 대부분 15년 이상 연작을 하고 있지만 어장 바닥청소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서도 해역을 비롯한 일부 가두리 양식어장의 경우 물고기들이 먹고 남은 생사료 찌꺼기와 배설물 등으로 이뤄진 퇴적층이 1m 정도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어장 밑바닥에 쌓인 퇴적층이 썩으면서 양식어장 뿐만 아니라 주변 해양 생태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사료 찌꺼기와 배설물 등 유기물로 인한 오염이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양식장으로부터 15~30m에 달한다.
실제 부서도 해역 가두리 양식장의 경우 이미 어장 바닥 뻘이 시커멓게 변한 지 오래고 달걀 썩는 냄새까지 날 정도로 오염상태가 심각해 어장 주변 해역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어장 바닥 퇴적층에서는 1g 당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황화물이 각각 20㎎과 0.2㎎ 이상 검출되고 있어 일본과 미국의 수산환경기준을 모두 초과했다. 한마디로 어장의 자체 정화능력을 거의 상실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생계 터전인 양식어장이 썩어가고 있지만 어민들은 어장청소를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어장 바닥청소 비용이 1㏊ 당 무려 1억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게 비싼 데다 퇴적층 내에 형성된 황화수소가 청소 도중 바닷물에 퍼져 녹을 경우 물고기 폐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행 어장관리법에 따라 3년에 1번씩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어민들의 어장청소도 바닥 퇴적층은 손도 대지 않고 어장 주변 정리만 하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현재 10년 이상 어장 바닥청소를 하지 않은 가두리 양식장의 오염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양식어장과 주변 해양환경도 살릴 수 있도록 정부 지원과 양식장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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