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18년 만의 축구 국가대표팀 방북이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축구대표팀은 당초 내달 26일 오후 3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3조 2차전을 벌일 예정이었다.
1990년 평양에서 열린 통일축구 이후 축구 국가대표팀의 첫 방북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가 북한과 벌인 두 차례 실무 협상이 수포로 돌아가 경기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협회는 5일과 26일 개성에서 북한 측과 실무 협상을 가졌지만 이견 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평양 하늘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북한측의 강경한 자세 때문이다.
공은 이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 넘어간다. 협회는 28일까지 FIFA에 중재 요청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FIFA가 북한에 시정 권고를 내리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제 3국에서 경기가 개최되는 절차를 밟을 것이 유력하다.
협회 유영철 홍보국장은 “북한의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면 제3국 개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정 권고를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FIFA가 북한과 우리 측의 뜻을 반영해 경기 장소를 결정하게 되는데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FIFA 중재와 함께 제3의 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도 병행할 예정이지만 추가 협상과 관련한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FIFA는 규정 이행을 이유로 북한에 몰수패를 선언할 수도 있지만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협회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FIFA 징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강경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은 정치적 부담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26일 뉴욕 필 하모닉 공연에서 성조기와 미국 국가를 허용했지만 제한된 인원이 참석한 실내 공연과 10만명에 달하는 대관중이 모이는 축구 경기장에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허용하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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