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가 최근 학생들의 교수 강의평가 점수의 구체적인 내역을 실명과 함께 전격 공개하자, 각 대학들이 현재 시행중인 강의평가제 활용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상당수 대학들은 겉으로는 “강의평가 내용 전면 공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 공개 요구가 이어지고 있고 찬성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아 어떤 식으로든 현행 강의평가제 수정 및 보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주요 대학들에 따르면 강의평가는 대부분 학기가 끝난 뒤 학생들이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기에 앞서 실시되고 있으며, 방식도 대동소이하다. 수업 만족도와 추천 여부 등을 묻는 10~30개 정도의 문항에 소감을 자유롭게 적는 주관식 1~2개 문항이 추가된다. 학생 입장에서는 성적을 확인하려면 반드시 강의평가를 하기 때문에 참여율은 사실상 100%에 가깝다.
그러나 강의평가제의 영향력은 아주 미미한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강의평가는 ‘부실 강의’를 한 교수에 대한 견제장치라기 보다는 ‘우수 강의’를 한 교수의 인센티브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의평가 성적이 좋은 교수만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 교무처 관계자는 “교수업적을 평가할 때 점수화해 반영하지 않고 승진이나 재임용 심사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이라며 “명확한 반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완진 서울대 교무처장도 “강의평가 결과는 우수 강의상 선정에 반영하지만, 점수가 낮다고 불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경희대 한국외대 등도 마찬가지다. “강의평가제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강의평가 결과를 교원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대학도 일부 있다. 김경환 서강대 교무처장은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교수에 대해선 승진심사 유예나 연구년 배정에서 누락시키는 등의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와 중앙대도 일정 점수를 넘지 못하는 교수에 대해서는 승진 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강의평가 점수 공개와 관련, 관건은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 보장’과 교수들의 ‘명예 보호’ 중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모아진다. 강의평가 결과는 담당 교수와 학과장, 단과대학장 등 극히 일부에게만 공개될 뿐 학생들에게는 제공되지 않아 양질의 수업을 알기 힘들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원론적으로는 강의평가 점수 공개가 바람직할 수 있으나 평가 결과의 신뢰도 문제가 있고 담당 교수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며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완진 서울대 교무처장은 “미국 대학들은 강의평가 점수를 전면 공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어렵다”며 “학생들의 평가가 교수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지표가 아니어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동국대 교수회는 이날 278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수총회를 열어 “교수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평가내용을 공개한 것은 부당하며 이를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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