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대입 자율화 방침에 따라 2009학년도 대학입시는 어느 해보다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입학전형 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각 대학은 일찌감치 정시모집 논술고사 폐지를 공언하면서 다양한 입시안 마련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입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는 대신 점수제 부활로 표준점수나 백분위 점수가 공개돼 수능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대학들이 수시모집 선발 인원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여 ‘수시= 학생부+ 논술, 정시= 수능’의 공식이 굳어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입시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수시냐 정시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지원 대학을 중심으로 ‘맞춤식 수험 전략’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시, 수능 영향력 절대적
2009학년도 입시부터 전형 요소 반영 비율이 대학 자율에 맡겨져 많은 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중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수능에서 표준점수와 백분위 제공으로 변별력이 높아져 수능이 주요 전형요소로 등장할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수능 반영비율은 2007학년도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울 주요 사립대는 20~30% 정도였던 학생부 비중을 총점 대비 4~8%를 유지한 2007 입시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국ㆍ공립 대학과 지방 중ㆍ하위권 대학의 경우 학생 모집에 유리한 등급제를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수시모집은 수능 위주 선발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반영률에 급격한 변동은 없을 전망이지만, 대부분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만큼 여전히 무시못할 변수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은 수능 전 영역에서 1점이라도 더 받고, 특히 지원 대학에서 가중치를 두는 영역에서 고득점을 얻는 일이 중요해졌다.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는 상대평가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대학들은 탐구영역 과목간 유ㆍ불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표준점수를 활용할 방침이어서 쉬운 과목이라고 무턱대고 선택해서는 안된다.
고 3생들은 당장 내달 12일 실시되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학력평가는 시험시간 및 채점 절차, 영역(과목)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 등 성적 표기가 실제 수능과 동일하게 치러지기 때문에 실전 연습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비중 커진 수시, 논술을 잡아라
올해 정시모집에서 거의 모든 대학이 자연계 논술을 폐지한다. 인문계의 경우도 연세대 고려대 등을 제외하고는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수시다. 서강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들이 수시 모집 선발 인원을 60%선까지 확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함에 따라 논술은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전형요소가 됐다. 올해는 대거 재수에 뛰어든 중ㆍ상위권 학생들로 인해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만큼 상위권 대학을 지망하는 수험생이라면 논술 대비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대교협이 1월 논술가이드라인을 없앴지만 대학들은 영어 지문이나 풀이식 수학 문제 등 ‘본고사형’ 문제는 가급적 출제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 유형도 각 대학이 오랫동안 연구해 완성한 기존 ‘통합논술’의 방향을 유지할 계획이어서 수험생들은 지난해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학습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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