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이미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일본인 용의자를 미국 경찰이 다시 체포, 미일 양국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은 1981년 LA에서 발생한 총격살인사건의 용의자 미우라 가즈요시(三浦和義ㆍ60)씨를 22일 미국 자치령인 사이판에서 전격 체포했다. 당시 총격살인사건은 미우라씨의 부인이 총격을 받아 1년 뒤 숨진 사건으로 용의자 미우라씨도 왼쪽 발에 중상을 입었다. 미우라씨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차에서 총을 쏘았다"고 주장했지만 부부가 거액의 보험에 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험금을 노린 사기극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에 LA 검찰이 88년 미우라씨를 살인 혐의로 고발하고 일본 경시청도 같은 혐의로 구속, 재판에 회부했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3년 3월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미국 경찰이 27년 전 사건의 용의자 미우라씨를 체포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는 살인죄에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이다. LA 경찰은 25일 기자회견에서 "2, 3년 전 본격적으로 재수사에 착수했고 (미우라씨의) 범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국 사법 당국은 향후 미일 형사공조조약에 따라 일본측에 보충 수사를 요구하는 등 미우라씨를 기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사회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 경찰이 일본 최고재판소의 확정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재판에서 미우라씨를 변호했던 한 변호사는 "일사부재리는 세계 공통의 룰"이라며 "일본 법무성이 (미국 사법당국에) 의연하게 대처해주기를 바란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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