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대중음악계는 유명 해외 뮤지션들의 공연이 즐비하다. 이미 비요크와 그룹 마이 케미컬 로맨스가 다녀갔고, 팝 스타 셀린 디온과 해리 코닉 주니어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요즘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공연의 주인공은 단연 토이, 유희열이다.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유희열의 콘서트 예매는 시작과 함께 매진됐고, 암표 가격은 25만원까지 치솟았다.
원래 이틀로 예정된 공연을 급하게 하루 더 연장했을 정도다. 뿐만 아니다. 토이의 앨범 < Thank you>는 1만 장만 팔려도 성공이라는 요즘 음반 시장에서 1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객원 가수 이지형이 부른 타이틀 곡 ‘뜨거운 안녕’은 KBS <뮤직뱅크> 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희열이 TV 프로그램에 거의 출연하지 않는데다 지난 앨범 발표 이후 6년 7개월만의 신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뮤직뱅크>
이런 ‘기이한’ 인기는 유희열의 독특한 위치 때문. 유희열은 1990년대를 장식한 일련의 싱어 송 라이터 중에서도 캐릭터가 뚜렷한 편에 속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MBC 라디오 에서 소소한 일상의 잡담부터 여행이나 음악 같은 취미 생활, 인생 상담까지 하는 유희열의 모습은 당시 20대가 대부분이었던 청취자들에게 다정다감한 선배의 느낌을 줬다.
여기에 ‘여전히 아름다운지’, ‘좋은 사람’ 등 대중적인 멜로디를 쓸 수 있는 능력에 일렉트로니카, 라틴 음악 등 비주류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섞는 유희열의 음악은 팬들에게 그를 ‘대중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뮤지션으로 다가서게 했다.
유희열의 소속사 안테나 뮤직의 정동인 대표는 “대학문화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던 유희열이 일정 부분 대학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충족시켜줬다”고 말했다.
지금도 유희열의 홈페이지에는 하루에도 수 백 건 이상의 글이 올라오며 정서적인 교감을 나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요즘 90년대 뮤지션의 인기는 컨텐츠가 풍성했던 싱어 송 라이터들의 귀환에 구매력 있는 30대 팬들이 호응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당시 라디오를 듣던 10~20대 팬들이 이제는 유희열의 컨텐츠라면 모두 구입하는 충성도 높은 팬이 된 것이다. 유희열을 비롯해 이적, 김동률 등 최근 돌아온 ‘90년대 오빠들’의 인기는 음악을 소비하는 대신 ‘감상’하고, 뮤지션을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었던 세대의 집결에 힘입은 것은 아닐까.
●객원가수 이지형이 본 유희열
‘뜨거운 안녕’이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날 나도 놀랐고, (희열)형도 놀랐다. 요즘 추세에 맞추기 보다는 느낌에 솔직한 음악을 그대로 밀고 나갔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노래들과 차별화 된 것 같다. 그건 형이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음악이 정교해서 완벽주의자 같은 느낌을 받았었지만 직접 만난 형은 나의 노래 보다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가사를 쓰면서도 나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하면서 내 감성에 어울리는 가사를 썼고, 노래도 부르고 싶은 대로 마음껏 부르라고 했다. 노래 부르는 사람에게 음악 대신 마음으로 접근하면서 직접 파고드는 음악을 하는 것이 그의 매력인 것 같다.
●힙합가수 타블로가 본 유희열
나와 하는 장르는 다르지만 유희열씨의 음반을 매우 좋아한다. 는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윤하가 부른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은 몇 개의 멜로디를 반복하면서도 배치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면서 기존 발라드 멜로디의 구성을 파괴해 신선했다. 흔히 유희열씨가 발라드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는 기존 발라드의 관습에서 벗어난 독특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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