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은 일종의 선불(先拂)처럼 우리가 북한과 잘 지낼 준비가 돼 있음을 북측에 보여주는 것이다.”
평양 공연을 막후에서 지원해 온 미국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6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북미 간 신뢰 구축의 한 형태로 양국 간 문화외교를 기획했고, 뉴욕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은 그 일환이라는 뜻이다.
1970년대 미중 핑퐁외교를 벤치마킹한 셈이다. 나아가 북한의 핵 신고 지연으로 북핵 협상이 교착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연은 북핵 문제에 대한 미측의 외교적 해결 의지를 보여 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문화교류 등 미측의 다각적 외교 노력을 북측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는 점이다. 이번 공연은 미측이 북측과의 관계 정상화 의지를 갖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지만 관계 정상화는 북핵 문제의 진전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측은 여전히 미측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정권 내부에서 핵 폐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볼만한 신호도 잡히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어서 뉴욕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필두로 한 문화외교는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북한 정권에 대한 전반적 불신에다 북핵 협상의 교착 상황이 어우러져 이번 공연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분분하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칼럼은 최근 “북한은 ‘미국이 우리에게 굴복했다’는 선전용으로 뉴욕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써먹을 것”이라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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