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납품 대가로 수십억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 온 의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26일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촬영에 쓰이는 의약품인 조영제(造影劑)를 납품받는 대가로 제약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배임수재)로 의사 357명을 적발, 이들 중 수수액이 수천만원대인 모 국립병원 이모 원장 등 국공립병원 의사 13명과 사립병원 의사 3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배임증재)로 박모 씨 등 4개 다국적 제약업체 관계자 6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05년 1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새 의약품의 효능 및 안전성 검증 절차인 PMS(사용후 성적 조사) 명목으로 특정업체의 조영제를 납품 받으면서 총 28억원을 별도로 받아 챙긴 혐의다. 이들은 또 5,700여 차례에 걸쳐 20억원 상당의 골프접대 및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납품받은 조영제가 이미 시중에 유통 중이어서 PMS의 대상이 아닌데도 PMS 명목으로 납품받으면서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의사들이 소속된 병원은 모두 100여 곳으로, 이 중에는 유명 국공립병원과 대학 병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약품 가격과 CT, MRI 촬영 비용이 비싼 것은 리베이트가 의약품 및 의료기구의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제약사와 의사들 간 리베이트 거래로 발생하는 의료소비자 피해는 연간 2조1,8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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